하나.

우리말에 "절대(絶對)" 라는 말이 있지요. 절대 안정, 절대 자유 하는 식으로 쓸 때 말고 "절대로"의 준말로 쓰는 "절대" 뒤에는 언제나 부정이 옵니다.

예>
절대 안 먹을 거야! (O)  
절대 먹고말 거야!  (X) => 반드시 먹고말 거야! / 꼭 먹고말 거야!

일본말에도 "절대(絶對)" 가 있습니다. 그런데 얘는 우리말과 조금 틀리거든요.

예>
절대(絶對に) 안 가!           (O)  
곧 죽어도(絶對に) 갈 거야! (O)


어설프게 번역된 일본말 때문인지는 몰라도 "절대로 할 거야!" 란 말을 요즘 들어 여기저기에서 참 많이 듣고 봅니다. 그럴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곤 했는데, 제가 바로 소설을 읽다가 絶對만 보면 자동적으로 "절대로 갈래" 식으로 떠올리는 걸 깨닫고는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

그나저나 일본어로 된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 속에서 중얼중얼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을 없애야 할 텐데, 그게 참 쉽지가 않아서 말이죠. -_-a



두울.

며칠 전 아침, 딸내미가 줄무늬 티셔츠에 9부 바지 입은 걸 보고 제 입에서 무심코 나온 말.

" 겹다~" (0.5초 후 화들짝)


아니, 내가 미쳤지. 도대체 그 많고 많은 말을 놔 두고 하필이면 왜 입이 마르고 닳게 욕했던 저 말을 쓰냐구요.

그것도 내가 뭐 인터넷 소설이나 많이 읽어댔으면 모르겠습니다. 그 말도 많았던 귀여니 책은 책가게에서 열 쪽 남짓 들춰보다 덮었고 (통신체와 이모티콘의 홍수 속에서 멀미가 일어서) 포털 게시판에서 사람들이 쓰는 ㅋㅋㅋ, ㅎㅎㅎ만 봐도 두두두 돋는 닭살에 부르르 떠는 접니다.

그런데 무서운 것이 뭐냐면...
"겹다" 라고 하니 왠지 더 귀여운 듯한 느낌이 든단 말이지요. (이 생각도 한 지 0.5초 후에 화들짝)

이런 느낌으로 애들이 쓰는 걸지도 몰라...
꾸에엑~~~ 이렇게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 세종대왕님이 통곡하신다구!!!
그래도 "겹잖아?" 등등...;;;

요즘은 아침마다 모녀 사이에 "겹다~" "내가 원래 좀 겹지~" 이런 대화를 즐겁게 나누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요...



덧말>
1. 말로 하면 느낌이 괜찮은데(;) 글로 쓰니까 정말 소름 돋네요...
2. 쓰고보니 어째 단순한 바보 모녀 이야기 같은 생각이...;

diletant | 2004/10/12 00:52 | 혼자 끄적대기 - 끄적 | 트랙백 |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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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울 2004/10/12 20:52 x '겹다' 가 무슨 말인지 몰라 조금 고민했습니다.(어허;) '귀엽다' 군요. 제가 이렇게 인터넷 소설과 거리가 멉니다. 요즘엔 야밤동의 소설도 전혀 안 읽으니 말 다했죠.^^a 제 경우엔 이글루에 글을 쓰면서 이모티콘이나 말줄임표를 거의 안 쓰게 됐습니다. 아직 ^^ ^^; ;; -_- a는 자주 씁니다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상당히 줄었답니다. 역시, 텍스트 위주의 블로그가 여러모로 저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diletant 2004/10/13 02:08 x 규울님/ 어느 사이엔가 제가 쓴 글을 보니 말줄임표와 ;;; 그리고 이모티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어서 놀랐답니다. 꽤나 보기 싫더군요;;; (이렇게 또!!) 글을 다 쓴 후에 다시 읽으면서 웬만하면 빼려고 하는데 그게 묘하게도 중독이 된 건지, 빼면 내가 원하는 그 의사소통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들지 뭡니까. 뭐든 지나쳐서 좋을 것 하나도 없는데 말이지요... 이름 ::   비밀번호 ::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