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10년 동안 남편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써 본 적이 한 번도 없구나.
마누라 역할을 그저 '잔소리 안 하기'로 때우며 살고 있는 인간인지라...;;;


산재
1년 넘게 산에 끌려 다니다가(누구한테? 회사 높으신 분한테...) 무릎을 다친 지 몇 달 됐다.
파스를 붙이니 간이 저주파치료기(?)를 사니 해도 제대로 안 낫는 것 같아서
병원 좀 가라고 한 지가 언제야...

결국 안 되겠다 싶었는지 어느 날 갑자기 병원에 가서 MRI까지 찍고 왔다.
결론은 뭐 예상대로 연골이 상한 거고.

수술할 정도까진 아니라 하고
궁극적으로는 운동(걷기 등)을 해서 무릎 인대인가? 아무튼 힘을 길러야 한단다.
등산은 금지령 내렸다.

이거 진짜 산재 아냐? -_-+


치과
잇몸이 그야말로 무너져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몇 년 전에 대규모로 치료를 받은 후로 무서워서(내가 보기에는 -_-;;)
치과를 외면하고 살았다.
치과에서도 선생님이 오라고 오라고 부르고
나도 옆에서 가라고 가라고 하는데도 안 가니
내일모레면 오십인 인간을 내가 때려서 끌고 갈 수도 없고
나도 모르겠다 아프면 가겠지 하고 포기했다.

그러더니 나도 모르게 치과를 다녀왔네?
잇몸이 부실해서 임플란트는 못 하고
결국 부분 틀니. OTL

돈도 돈이지만 도대체 왜 일을 크게 만드냐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결국은 갈 것을 말이지.
아,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인간일세...


영어
작년에 두어 번 여기에 썼던 그 '영어 매뉴얼 번역'.
나한테 초벌 번역을 가져다 주며 수정 작업을 부탁했는데
마누라의 부실한 영어 실력(...) 때문에 허사로 돌아가고
진척이 없는 듯하니 결국 디데이가 떨어졌단다(이것 역시 회사 높으신 분한테서).

영어하고는 평생 담 쌓고 살았는데
그 회사가 뭔지, 요즘 밤마다 남아서 번역하고 계시다.
주말에도 내내 회사에 가 있었다.
(아마 부하들이 한 초벌번역 보면 김 좀 날 거다... ^^;;)

이번에는 진짜로 원본 대조 같은 거 없이 순수하게 교정만 봐 달래서 그러마고 했다.
맞춤법, 띄어쓰기, 잘못된 한글 사용 등을 고쳐주고
읽어서 이해 안 가는 부분 표시해 주기 정도.
분량이 장난이 아니긴 한데 그 정도는 해 줘야 할 것 같아서.

예전에는 그런 생각이 별로 안 들었는데
요즘은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마누라랑 자식 새끼 먹여살리겠다고 저 고생을 하는 남편을 보면 짠하다.
문제는 짠하기만 하지, 잘해주는 게 없다는 거지만.
(마누라를 잘 아니까 기대도 안 할 것이야...)

diletant | 2011/07/04 08:16 | 혼자 끄적대기 - 끄적 | 트랙백 | 댓글(4)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diletant.net/tt/rserver.php?mode=tb&sl=973

의정 2011/07/07 23:38 x 남편... 느그신랑 우리신랑 동갑이라... 증상들이 비슷비슷ㅋㅋ 이젠 측은지심이 발동되는 나이 된것같다~ 잘해줘야하는데 늘 마음 뿐이고 ㅎ diletant 2011/07/08 08:54 x 의정/ 그러게 말이다. 이제 다들 건강 챙기며 조심해야 할 때지. 피차 늙어가는 나이에 잘해줘야겠다 싶긴 한데 내가 워낙 나 중심인 인간이라 잘 안 되네... ^^; 희윤 2011/07/12 22:43 x 크헉 형부 ㅜ_ㅜ... 몸은 간수 덜 하신 몫이 있다쳐도, 번역은 심하다... (여자에 비해)남자가 생물학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취약... 내지는 연약한 존재가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갈수록 공고해지는 듯. 통증회피형(?)인지 현실직면회피형(?)인지는 모르겠지만, 은근 많은 집의 남편들이 이런 것 같더라궁- diletant 2011/07/13 00:26 x 희윤/ 진짜 불쌍하지 않아? 그 번역 때문에 어마무지하게 스트레스 받는 게 보여서 요즘은 나랑 딸내미가 눈치 보고 있다네. 일요일에는 회사 나갔다가 점심 때쯤 '열받아서 들어왔다'는 걸 보니 틀림없이 아래 직원들이 번역해 놓은 꼴 때문에 속 터졌을 거여... 이름 ::   비밀번호 ::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