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를 돌아보며 가장 의미 깊은 일을 꼽는다면, 역시 '오랫동안 마음속에만 담아 두었고 어디에서도 차마 입밖에 내지 못했던' 번역 공부를 시작한 거겠지.

1월부터 시작해서 지난 주 토요일까지 꼬박 1년에 걸쳐서 아카데미 강의를 들었다. 마지막 수업까지 모두 끝났지만 '공부를 끝냈다'고 쓰지 않고 시작했다고만 쓴 이유는 이제부터 진짜 시작임을, 앞으로도 공부할 것이 한없이 많음을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이다.

우연히(라고 쓰지만 내 강한 바람이 맺어준 인연이라 믿으련다. 참, 신의 뜻이라고 해야 하나... ^^;;) 알게 된 아카데미에서 하나라도 더 알려 주시려 애쓰시는 선생님들을 만났고, 같은 뜻을 품고 아낌없이 서로 돕는 동기들을 만났다. 정말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려고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도전하는 한 해가 되겠지. 실패해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헤어짐' 때문에 고통스러운 기억도 많은 한 해였다.
며칠 전에 또 한 분의 부고를 듣고, 채 아물지 않은 상처를 다시 찔린 느낌이다.
내가 이 세상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쩔 수 없이 주위 사람들의 죽음도 더 많이 겪을 수 밖에 없지만, 아직 제대로 떠나보내는 법을 모르는 탓일까. 가슴에 뻥 뚫린 구멍이 도무지 메꿔지질 않는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아픔이 가시고 추억으로 남으려면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할까.


아이든 동물이든,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은 무겁고 힘들다. 우리 딸내미만큼이나 막무가내인 너굴 양 덕분에 '1+1 효과'를 톡톡히 맛본 한 해였다.
예전에도 썼던 것 같은데 '사춘기 딸내미 + 천방지축 개님'의 조합은 그야말로 천하무적. 이 두 놈 때문에 웃다가도 속터지고 사리를 만들며 하루하루가 간다.


안녕, 비록 많은 계획이 작심삼일로 그쳤지만 그래도 잊지 못할 2009년.
안녕? 백지로 와서 빽빽이가 되어 갈 2010년.

diletant | 2009/12/31 23:59 | 혼자 끄적대기 - 끄적 | 트랙백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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