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자
어제 밤에 책방에 들어갔다가 큼직한 ㅂㅋ벌레와 마주쳤다.
아악~~~~~~~~~~~~~~

옆에 있던 상자를 그 위로 투하하는 것과 동시에 있는 대로 비명을 질렀더니
(무의식적으로 나온 그 소리가 참...)
잠자던 남편네가 놀라서 뛰어와서는 큰일난 줄 알았네 어쩌네 인상 쓰면서도
어쨌든 잡아주긴 했다.

그치만 다른 벌레랑 틀려서 한 놈을 보게 되면
저게 어디서 들어왔을까, 어디를 지나다녔을까,
지금 어디에 나머지 놈들이 또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종류다 보니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벌렁거려서
밤에 해야할 일이 있었는데 그것도 내팽개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등등
지금까지 후유증이 심각하다.

여기저기 찾아봤더니 내가 본 정도로 큰 놈은
집 안에 사는 게 아니라 밖에서 가끔 먹이 찾아서 들어오는 거라던데
방충망 다 치고 창문도 안 열어놓는 방이라서 더 무섭다. OTL
아무래도 베란다의 배수구가 수상한데
저 짐을 들어내고 거기를 막을 생각을 하니
언제 어디서 또 튀어나올까 싶어서 끔찍해 죽겠다.

내가 만만치 않은;;; 덩치에 적지 않은;;; 나이다 보니
(딸내미 왈, "곰도 때려잡을 덩치에, 쯧쯧쯧....")
벌레 한 마리에 소스라치면 참 안 어울리는 건 알지만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여자들이 벌레 무서워 하는 건 내숭이다,
벌레가 널 잡아먹냐 이런 소리 들으면 어찌나 성질이 나는지.
그야 잡아먹히지야 않겠지만
자기 일 아니라고 참 쉽게 말하는 사람이 내 이 느낌을 알겠냔 말이다.
나도 덩치에 어울리게 그 정도 벌레쯤은~ 하며 팍 잡고 싶단 말이다!!!

올봄에 아파트 1층으로 이사올 때 가장 무서웠던;;; 것이
도둑이 들어오는 것도, 그늘이 지는 것도, 습기가 차는 것도 아닌,
1층은 벌레가 잘 들어온다는 소문이었다면 아실지.

아무래도 대학 1학년 때까지 살던 단독 주택에서
이런저런그런 벌레들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 때문에
이렇게 된 게 아닐까 추측만 해 보는데...

올 여름은 장마 때보다 더 눅눅하고 무더운 기간이 길어서
안 그래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그저께는 뉴스에서 중국에서 온 매미 뉴스까지 보고 났더니
막 여기저기 간지러운 것 같고 소름 돋아 죽을 지경.
TV에서만 봤으면 좋았을 걸 괜히 인터넷 뉴스까지 봤다가
사람들이 댓글로 우리 동네에도 있어요~ 어디에도 떼거지예요~ 하는 바람에... ㅠ_ㅠ

그런 와중에 ㅂㅋ까지 출현해 주시니
예전 아파트는 매달 소독했는데 여기는 왜 석 달에 한 번만 하나 원망스럽고
당장이라도 세스코를 부르고 싶은 마음만 무럭무럭.

불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정말이지 벌레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아니, 있어도 상관없으니 그냥 내 눈 앞에만 나타나지 말아 줘!!! T^T



덧글>
그렇게 싫은 벌레 얘기를 왜 여기에 굳이 쓰냐면...

혼자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으면 계속 가슴이 쿵쾅대서
오늘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아서다. -_-;;;
그래서 아침에 딸내미 일어나자마자 붙잡고 꽥꽥대며 얘기하고
(잠결에도 내 비명 소리는 들었다고...;;;)
딴 게시판에도 쓰고
일부러 ㅂㅋ 퇴치법 다 찾아 읽고.

그래도 아직 심장이 벌렁벌렁...
이것도 참 불치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