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요리법과 살림에 관한 정보가 많은 모 사이트가 있다. 봄에 이사 와서 이것저것 소소한 살림살이를 살 때 필요한 정보를 모으다 보니 알게 된 곳인데, 처음에는 정보를 찾아보려고 드나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곳 익명방을 날마다 샅샅이 읽고 있는 게 아닌가.

물론 익명게시판의 장점도 많이 있지만, 아마 인터넷 상에서 익명의 폐해를 한 번쯤 뼈저리게 느껴보지 않은 분은 안 계실 듯. 이곳 또한 좋게 말하자면 솔직한 이야기가, 나쁘게 말하자면 앞뒤 안 가리는 얘기도 상당하다.

아이 교육 문제, 부부 사이에 있을 법한 각종 문제, 시집을 비롯한 여러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대다수다 보니, 이게 당장 내 일은 아닐지라도 나도 모르게 빠져서 읽게 되는데 더이상은 안 되겠다. 관심 끝, 출입 자체금지.

여기에 올라오는 얘기를 읽다보면 시집 식구들은 다 죽일 인간들 같고(물론 아니라는 얘기도 올라오지만), 애들 사교육 하나 안 시키고 있다보면 바보 만들 것 같고(물론 학원 보내지 말라는 얘기도 올라오지만), 남편 통화내역이며 메일 뒤져보지 않으면 바람의 흔적(;;;)도 다 놓칠 것 같고(......)... 한 마디로 멀쩡하던 인생이 괴로워진다. -_-;;;

언제나, 그리고 어디에서나 그렇듯이 평범하고 문제없는 이야기는 굳이 게시판에 룰루랄라 밝히지 않는 반면 문제 있고 나쁜 일일 때 올리니까 더 그렇겠지만, 난 아이에게 그렇게 집착하고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라고밖에 할 수 없다. 메일과 문자내역을 다 뒤져보다니!!!)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 줄은 정말 몰랐다.

속을 때 속더라도, 후회할 때 후회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은 믿으면서 마음 편히 살고 싶다. 그리고 나와 관계없는 사람들 일에 관심을 쏟기에는 내 시간이 너무 아깝다. 그러지 않더라도 할 일은 많은데 말이지.


오늘의 다짐> 모모 사이트 게시판 볼 시간에 빨리 책 정리나 하자!!;;;

diletant | 2007/05/15 00:37 | 혼자 끄적대기 - 끄적 | 트랙백 | 댓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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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ary 2007/05/15 18:48 x 맞아요.절절히 공감. 저는 매우 활성화된 모동 익명란을 가면 패턴같은 게 느껴져요.남자친구랑 이런 게 고민이에요,하면 헤어지세요.가족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요,하면 독립하세요.시집 식구들이 이래요,하면 때려죽일 사람들이네요. ..글쎄 다른 측면도 있고 부분이 강조된 이야기인데 백이면 백 다 대답이 왜 그럴까 싶을 때가 있어요.살짝 빗나간 댓글이지만. 羅英 2007/05/16 01:17 x 흐흐. 어딘지 알겠어요. 저도 거기 한동안 꽤 열심히 드나들며 다 읽곤했는데... 어느순간 내가 시간낭비도 무슨 이런 시간낭비를 하고 있나 싶더라고요. diletant 2007/05/16 08:02 x istary님/ 상대방을 모르는 상태에서 하는 조언의 한계겠죠. 그 사람의 자세한 배경을 모르면 정형화된 답밖에 줄 수가 없으니까요. 아마 제가 결혼하기 전에 저 위 사이트에 이런이런 환경의 이런이런 사람인데 결혼해도 될까요? 올렸으면 댓글 열 중의 아홉은 관두세욧!!! 이런 답이었을 걸요... -_-;;; 羅英/ 거기 드나드는 사람이라면 어딘지 다 알만한 곳이라서 말이지... ^^;; 달댕이 2007/05/17 22:49 x 남의 얘기가 원래 재미있긴 한데; 왠지 익명방은 잘 안가게 됩니다. 뭔가 어두운 얘기가 많아서요. 저 사는 것만도 벅찬지라; 그런 얘기 보다보면 같이 다운돼서 왠지 싫더라구요. 에 또 ...그 살림 정보 많다는 사이트는 좀 가르쳐 주시면 안될까요..쿨럭 쿨럭; diletant 2007/05/18 00:51 x 달댕이님/ http://www.82cook.com 이예요. ^^ 약토끼 2007/05/19 01:18 x 전 거기....... 왠지 좀 거부감 느껴지더군요; 너무 별천지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걸까요;;;;;;;;;;;;;; 제 언니는 즐겨 다니면서 이것저것 물어보긴 합니다만.. 예전 모동에서처럼 인심좋게 이런저런물건들 나누기도 하고요. 조카 블럭이 부족해서 어떤걸 살까, 물었더니 어느분이 애가 다 커서 이제 안노는거 주겠다고 깨끗하게 씻어서 까지 보내주고.. 모터쇼에서 부스 비치용 책자를 안가져와서 아쉽다니까 막 그댁 아저씨한테 비오는날 전화를 수십통을 해가면서 집어오라고 해서 보내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뭔가 묘한게...제가 살림을 안살아 그런걸까요...6-_-; 스니키 2007/05/21 17:33 x 저 한때 마이클럽 그쪽분야 드나들다가 끊었어요; 거기만 가면 세상 살기 싫어져요;;; 세상이 아름답지 못해지고.. 안좋은 일들만 계속 보니까 진짜 비관적이 되더라구요. 좋은 일만 보고 살아야지... diletant 2007/05/22 08:33 x 약토끼님/ 어떤 느낌을 말씀하시는지 알 것 같네요. ^^ 세상은 넓고 사람들 사는 모습도 생각도 소비생활도(!) 참으로 다양하도다... 거기 올라온 글 읽다보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들죠. 스니키/ 잘 끊으셨어요. 인터넷 게시판이 사람들 고민을 덜어주는 역할을 어느 정도는 하겠지만, 비관론자를 대량으로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어느 선까지는 '아는 것이 힘'이지만 그것도 지나치면 '모르는 게 약' '아는 게 병'이겠죠. 이름 ::   비밀번호 ::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