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이었지.
장국영이 호텔에서 투신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건.

그 순간의 느낌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
마치 머리를 쇠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듯 멍해서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곧이어 무언지 모를 감정이 가슴 속에서 울컥울컥 치밀어 오르는데, 그 다음날도 하루 종일 너무나 우울해서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나는 장국영의 팬은 아니었다. 그가 출연했던 수많은 영화 중에서 내가 본 영화는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 그 유명한 <영웅본색>은 전화박스 장면 정도만 얼핏 지나가며 봤을 뿐이고, 오히려 <천녀유혼>에 나오는 어벙한 총각 모습이 더 기억난다. 장국영이라는 남자는 내 머릿 속에서 오랫동안 영화배우와 가수를 겸하는 그저 그런 연예인 중 한 명일 뿐이었다.

그 생각이 바뀐 것은 <패왕별희>를 보고 난 후였다. 아, 저런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싶어서 많이 놀랐다. 그리고 <야반가성>을 보게 됐고, 우리나라에서는 <해피 투게더>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춘광사설>을 보면서 나이 들어가며 점점 더 멋있어지는구나, 볼 때마다 눈빛이 깊어지는구나, 극중의 역 때문인지 모르지만 어쩐지 참 외로워 보이는구나 생각했다. 내가 아는 장국영은 이 정도 뿐.

그렇지만 나와 비슷한 또래 중에서 '장국영'이란 이름 석 자를 모르는 사람이 있었을까. 주위에는 언제나 장국영의 팬이 있었고, 일부러 찾아보지 않아도 간간이 활동 소식을 들을 수 있었고, 이름을 들으면 어쩐지 친숙한 느낌이 들고, 놀랄만큼 동안인 그가 벌써 마흔을 훨씬 넘었다는 얘기를 들으며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죽음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진 건. 한 시대의 키워드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내가 살아왔던 시간의 한 축이 부서진 느낌이랄까.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던 '죽음'이 현실성을 띠고 내 앞에 확 덮쳐든 그 느낌이 너무도 무거웠다. 게다가 병도 아니고 사고도 아닌 자살이라니.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막다른 길목으로 밀어넣었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막막한 느낌이 든다.

4월 1일을 '만우절' 대신 '그가 떠난 날'로 떠올리게 만들어 버린 장국영.
그의 애잔한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diletant | 2007/04/01 22:38 | 혼자 끄적대기 - 끄적 | 트랙백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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