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몸도 마음도 왜 이리 축축 가라앉는지 모르겠다. 안 그래도 점점 해가 짧아지는데 그나마 온종일 집안에 틀어박혀있어서 햇볕 보는 시간이 너무 짧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2.
재작년에 봤던 일능시험보다 좀더 높은 점수가 필요해서 1급 시험 신청해 놨는데, (예상대로) 공부 하나도 안 했다!!! 이럴 거면 굳이 비싼 수험료 물면서 다시 볼 필요가 없는데 거참... OTL
돈이 아까우니까 시험 보러 가기는 가겠지만, 가뜩이나 얍쌉한 점수에서 더 떨어지면 아주 곤란하다. 독해는 좀 오르려나 모르겠네.

3.
시험이 다가와도 공부할 생각을 도통 안 하고 탱자탱자 노는 딸내미를 구박하면서도 속으로는 찔린다. 나도 공부(일능시험 공부 아님;)해야 하는데. 평생 벼락치기 인생으로 살았더니 그 버릇을 못 고치겠다. 그것도 공부법 중 하나라고 우기면 뭐 안 될 건 없지만, 허무한 공부법 중 하나임엔 틀림없다.

4.
토요일이 시할아버지 기일. 제사는 안 지내고 기독교식으로 간단하게 추도 예배만 드리는 집이라 친척들 모여서 저녁먹을 음식만 준비하니 사실 일이 많지는 않다. 시어머니도 점점 더 간소하게 하시는 추세고. 나야 내려가는 게 일이지, 막상 가서는 그냥 하루 돕는 정도다.

딸내미 기말시험이 금/토요일이란다. 봄에도 놀러가느라고 시험을 한 번 빠졌는지라 이번까지 빠지게 할 순 없다. 그러니 어른들만 내려가야 한다.

지난해에는 정신없이 바쁜 남편 놔두고 나랑 딸내미만 다녀왔다. 난 평소에 명절, 기일, 집안 행사 할 것 없이 내가 가야 하고 해야할 것 같은 일이면 그냥 하는 거지, 동서가 오든 안 오든 마음쓰지 않는다. 사실 엄밀하게 따지면 남편 형제들 집안 일이지 동서네 일도 아니니까. (나도 마찬가지니까 내가 내키는 만큼만 한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작년에는 바빠서(+ 기타 등등) 남편 형제랑 동서는 안 내려왔고 나만 간 셈이다. 그런 나 보기가 미안해서 그랬는지, 내년에는 대신 **네가 오면 되겠다는 말이 시어머니였던가 동서였던가, 누구 입에서 나왔더랬다. 그냥 흘려들었다.

딸내미 시험 얘기가 나오니 이번에는 난 안 가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작년에 그런 얘기도 있었는데 싶기도 하고.
"엄마는 안 가면 안 돼?" 하는 딸내미한테, 남편 말인즉슨 시동생만 내려올지 동서랑 아이들도 다 내려올지 모른단다. 조카도 시험이라고도 하고. 그래서 "할.머.니.밖.에.일.할.사.람.이.없.잖.아"란다. 순간 배알이 꼴린다. 내가 파출부냐?

시할아버지 돌아가신지 10년이 가깝도록 그 많은 손주들 중에 챙겨서 들르는 사람 몇 못 봤다. 더구나 서울에서 내려가는 건 남편네 형제 정도. 나도 안다. 와서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누구누구누구들 예뻐서 가는 것도 아니고, 가서 무슨 맏며느리의 도리씩이나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부모님 계시니까 가는 거다. 나 안 가면 그나마 시어머니 혼자 일하셔야 되는 거 다 알지만, 그래도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되는 거 아냐?
애 시험이고 하니 나 혼자 다녀올까? 남편이 그리 말했다면 어련히 내가 간다고 했으리. 십몇년을 살아도 그리 자기 마누라 성격을 모르니 원. -_-+

전에는 가끔 미리 전화드려서 뭐 준비해 갈까 여쭤보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냥 맨손으로 갈란다.

diletant | 2006/11/29 12:17 | 혼자 끄적대기 - 끄적 | 트랙백 | 댓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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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na 2006/11/29 21:41 x 그러게나 말예요~ 바로 그게 내 맘이라니까요~! 그 말솜씨 하나 땜에 고생(?)하면서...^^ 스니키 2006/11/30 17:57 x 헛. 속이 좀 상하셨겠어요. 일할 사람이 없으니 가야한다니... diletant 2006/11/30 20:56 x dsna님, 스니키님/ 저도 생각해 보면 말주변이 없어서, 아마 저는 잘 몰라도 말로 점수 많이 깎아먹으면서 사는 게 아닌가 싶어요. 남편네는 여전히 좀 밉지만 여기에 공개적으로 흉보고 나니 좀 나아졌어요. ^^;; istary 2006/12/01 17:53 x 어휴..남자들은 참 말하는 요령이 없어요. diletant 2006/12/03 22:02 x istary님/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도저히 그러지 못할 정도로 저도 말로 손해보는 스타일이어서 말이죠... ㅠ_ㅠ 이름 ::   비밀번호 ::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