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letant의 제.멋.대.로 쓰는 이야기

크리스마스 트리
이벤트도 좋아하고 때가 되면 좀 분위기 맞춰 집안 꾸미는 것에도 관심이 있는 엄마였으면 좋으련만, 불행히도 그런 것에 전혀~ 관심없는 인간이 되어놓은 탓에 매년 동동 조바심내는 건 딸내미다. 사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어린 시절에 그런 조그마한 일들이 커서까지 추억으로 남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게다가 같이 즐길 형제자매도 안 만들어 준 주제에 이러면 안 되는데 말이다.

어쨌든 그런 연유로 우리집 크리스마스 트리 꾸미기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딸내미 차지. 12월 초부터 트리 얘기하는 걸 이런저런 일 때문에 너무 정신 없어서 그냥 넘겼더니 지난 주에 창고에서 트리 꺼내다가 예쁘게 꾸며놓았다. 작년까지는 반짝이줄(?)에 줄줄이 달린 종에 주렁주렁 잘도 달더니 올해는 그런 거 지저분하다고 다 빼고 깔끔하게 만든다. 학교에서 골판지로 만든 자그마한 트리도 TV 위에 한 자리 차지하고.

사진 몇 장 올리고 싶지만, 디카님께서 발작을 일으키셔서 사진을 찍을 순 있는데 컴으로 올릴 수가 없는 관계로 사진은 생략. ㅠ_ㅠ

크리스마스 파티
세 식구 중 한 식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관계로 가족 파티는 못하고, 낮에 딸내미-딸내미 친구-친구 동생-동생네 친구, 요런 구성원 네 명이 모였다.
어제 사둔 케익과 과자, 음료수, 귤 놓고 퀘사디야랑 춘권(속재료는 같은데 껍데기를 바꾸면 왜 더 좋아하는지 원...), 치즈스틱(춘권피에 피자치즈. 결국 이것 역시 같은 재료 ^^;;) 만들어서 올려놓고 강제로 사진 몇 방 박고.
번개처럼 먹어치우자마자 여인네 둘은 요즘 열중하고 있는 크레이지 아케이드 삼매경, 남정네 둘은 내가 녹화해 놓은 월드컵 비디오 삼매경. 정말로 요새 아이들답게 놀다가 갔다.

저녁 때는 크리스마스인데 분위기 있게 어디 구경이라도 가면 안 되냐는 딸내미의 요청이 들어와서 가비얍게 무시했지만, 아무래도 내년 정도 되면 달달 볶일 듯 하다. ^^;;

크리스마스 선물
작년까지는 산타 할아버지가 없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나를 떠 보는 척 산타 운운하더니, 올해에는 그것마저도 입 싹 닦고 직접 손 내민다. ^^;;

몇 달 전부터 사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만화책 <궁>을 사달라고 해서, 주문을 하고 어제(아니 그제) 받아서 잘 때까지 보고 또 본다. 벌써 두어 번 넘게 빌려본 책이 그렇게 재미있을까.
......물론 말은 이렇게 하지만 당연히 재미있다는 거 나도 안다!!! *십여 년 전 책을 지금까지 봐도 싫증 안 나고 재미있는데 더 말해서 무엇 하랴...

게다가 요즘 통 딸내미하고 시간을 못 보내는 아빠가 많이 미안했는지, 딸내미에게 메일로 갖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물어보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양쪽에서 선물을 받게 된 딸내미, 뭘 받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나한테는 안 보여주고 끼적끼적 메일을 쓴다. 뭘 썼냐고 심문(;)을 하니, '큰 곰인형'을 사 달라고 했다나.

그리하야... 어제(역시 그제;) 저녁에 전화로 곰 종류/색깔을 딸내미와 상의하던 남편네가 밤 늦게 들고 나타난 건 정말로 큰!!! 곰. 이걸 방에 두라고 사온 거냐 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무식하게 큰 곰이었던 것이다...

그걸 방에 들여놓을 생각을 하니 슬슬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아침에 깨서 행복해 하는 딸내미 앞에서는 차마 그런 내색을 할 순 없어서 그냥 속으로 꾹꾹 삼켰다. 게다가 한 몇만 원 하겠지 생각했는데 나중에 딸내미 왈, 십몇만 원짜리 꼬리표가 붙어 있었단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다시 한 번 치밀어 오르는 말(=너네 아빠 제정신이냐!!!)을 삼켜야만 했다. 이런 경험 한 번쯤 하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겠지 생각하면서.

정말 요즘 다시금 느낀 건데, 우리집 남편네도 갈 데 없는 '딸내미한테 빠진 바보 아빠'다.

이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