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니 오지랖이 넓어져서 (그래도 아무 데나 먼저 들이대지는 않아요 ^^;)
길에서 두리번거리는 사람을 보면 걸음을 조금 늦추게 된다.

일하다가 저녁 먹고 들어오기 전에
짧은 골목이라도 한 바퀴 돌고 들어가려고 뒷골목으로 들어섰는데
할머니 한 분이 사방을 둘러보시며 통화 중이시다.
어딜 찾으시나 했는데 나랑 눈이 마주치더니 대뜸 수화기를 건네 주시네.

길을 찾고 계신가 해서 전화를 받아 보니
할머니가 길을 잃으셔서 지금 계신 곳이 어딘지 설명을 못 하는 거다.
골목을 나가면 바로 큰 사거리 근처인데 거기를 설명하니
아드님은 어디인지 아시길래 그쪽으로 모시고 나가겠다고 했다.

잠깐 걸어가는 그 동안에도
할머니는 당신이 돌아다니지 말아야 하는데 (젊은 사람도 모르는 동네 오면 헷갈리는데요 뭐)
바쁜 거 아니냐며 바쁘면 들어가라고 (아녜요, 저도 그쪽으로 가는 중이었어요)
걱정 걱정이시다.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는 사이에 들고 계시던 까만 봉지를 부스럭거리더니
단감 두 개를 꺼내서 나를 주신다.
집에서 따온 거라고, 약 안 친 거라고.

말투를 보니 우리 시어머니랑 같은 지방 분이신듯.
집에서 딴 감 모양도 그렇고 뭔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분이셨다.

그래도 완전히 멀리 가시기 전에 길 찾으셔서 다행!!!
허겁지겁 달려오신 아드님이 하는 말을 슬쩍 들었는데
차 타고 가셔야 하는 길을 걸어가시려다가 그러신 듯... ㅠㅠ

diletant | 2016/10/28 21:23 | 혼자 끄적대기 - 끄적 | 트랙백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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