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내 얘기다.
오늘로 드럼 배우기 시작한 지 딱 100일. (자축하는 의미로 만세!!!! >_< )
아마 한 번쯤 '드럼 배우면 되게 신나겠다' 이런 생각 해 본 사람들 많을 거다.
나도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한참 전부터 드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게 다른 악기랑 또 달라서 집에 척 하고 한 대 들여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 배워서 혼자 독주할 만한 악기도 아니고...
이런저런 이유로 그냥 '언젠가는 꼭 배우리...' 이런 상태였다. 이제껏 쭉.
그.러.다.가.
올해 초에 갑자기 "지금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우리 애들(...)의 영향이 하나도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
내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생각에 마음에 조급해졌달까.
그때부터 어디서 배울지 두루두루 찾아보다가
입시 위주 실용음악학원 이런 데 다 빼고
문화센터 이런 데도 별로 권하지 않는대서 다 빼고...
내 주 서식지에서 가까우면서
유명한 인디밴드 멤버들이 직접 가르치고
취미로 시작하는 사람들 대환영이라는 이 학원을 찾아갔다.
어떻게 드럼 시작할 마음을 먹으셨냐는 선생님 질문에
"아.. 그러니까 그게 제가 얼마 전부터 어떤 밴드 음악이 좋아졌는데요.
예전부터 드럼도 배우고 싶었고... (횡설수설)"
"어떤 밴든데요?"
"......(뻘쭘뻘쭘) ㄷㅍㅅ요. ^^;;;"
"아, 잘 아는 후배들이에요. 음악 에너지 넘치고 되게 좋죠~"
"(그럼요 그럼요 그럼요!!!!!) 아하하하... ^^* "
이런 민망한 대화를 나누며 시작했다고 한다.
피아노며 클래식기타를 쪼끔 오래 배워서
나름 악보는 잘 보고 박자 감각도 있는 편이라
원래 악기 시작하는 걸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데
드럼은 처음에 찾아보니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이 유리하다는 무서운 말이 있더라.
선생님도 처음에 몸치라는 내 말을 안 믿으시고
되게 빨리 잘 한다고 그러시더니
3주쯤 지나니까 드디어 본모습을 완전히 파악.
그래도 구박 한 번 안 하시고 늘 친절하셔서 고마울 뿐이다.
아니, 내 팔다리인데 어쩌면 이렇게 내 맘과 다르게 꼼짝도 안 할 수가 있는지,
다리 5센치 드는 게 이렇게 힘든 건지
예전엔 미처 몰랐... ㅠ_ㅠ
모든 악기가 처음에는 기초연습 위주니까 재미있을 수만은 없지만
드럼은 두드리는 악기라 피아노나 기타와 다른 독특한 맛이 있다.
30분쯤 두둥두둥 두드리고 나면 엔돌핀이 팍팍 솟는 기분이랄까.
게다가 보통 다른 학원에서는 처음 한두 달 정도는 연습패드에서만 연습 시키는 곳도 많다던데
여기는 첫날부터 드럼 세트로 직행.
편하고 신나는 분위기에서 배우고 있다.
어제는 드디어 처음으로 곡을 시작했다.
좋아하는 곡 중에 쳐 보고 싶은 곡을 골라 오라셔서
고심고심 하다가 비틀즈 곡에 도전하기로 결정.
비틀즈 곡을 하고 싶다니까 내가 고른 [Hey Jude] 악보를 주시면서
"그런데 이게 사실 초보자가 하기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그러시는 선생님.
아니 그러면 딴 곡을 주셔도 되는데요... ㅠ_ㅠ
그래도 좋아하는 노래니까 역시 어려워도 기분은 좋았다.
노래만 들으면서 해도 이렇게 즐거운데
만약 다른 악기랑 맞춘다면 얼마나 재미있을지!
언젠간 꼭 한 번 그런 경험을 해 보고 싶다.
갱년기; 우울증, 빈둥지 증후군뿐 아니라 나이를 막론한 스트레스 등등을 겪는 사람들에게
(과격한) 팬질과 더불어 드럼을 권해 주고 싶다.
진짜 재미있다. -_- _/
(+ 가슴 속이 이유 모르게 부글부글 끓는 사춘기 아이들에게도 좋을 듯.
물론 걔들에게는 팬질 빼고 드럼만 권장;)
앞으로 이런 곡도 치고 저런 곡도 쳐 볼 꿈에(만) 부풀어서
요즘 날마다 행복하다.
빨리 연습 많이 해서 우리 애들 곡을 하나씩 다 쳐 보는 게 목표다. 핫핫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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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디밴드에 무지해서 탑밴드 보기 전까지 몰랐지만
그쪽 음악 듣는 사람들에게는 이름 널리 알려진 오래된 밴드다.
++ 후일담 (7/29)
결국 [Hey Jude] 두 번째 레슨에서 이 곡은 내 수준에 쫌 어려운 게 아니라
많......이 어려운 걸로 판명되어 후일을 기약하며 악보철 맨 뒤로 자리를 옮김.
그래서 연습곡 아닌 첫 번째 레슨 '곡'은 [비와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