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종교를 가지게 된다면 천주교 신자가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저 막연하게 '나중 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친구를 잃고,
가까운 사람들이 몇이나 큰 병으로 수술을 받고,
이미 한참 전에 세상 떠난 후배 소식을 알게 되고.
'그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내가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다만 그것뿐이니...
산 자들을 위해서도 물론 그러하겠지만
죽은 자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목동성당 예비자교리반에 등록한 지 오늘로 만 한 달.
그동안 다섯 번의 교리 수업을 들었고 시청 앞 시국미사까지 모두 열 번의 미사에 참여했다.
(참여가 아니라 뭔가 다른 단어가 있는데 아직은 어설픈 햇병아리라서... ^^;)
아직은 일상 속에서 '기도'를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까먹어서 미사 시간 외에는 제대로 기도를 해 본 적도 없고, 이런저런 천주교 교리 중에서는 '꼭 이래야 하나' 하는 것도 여러 개 있지만, 그래도 착실한 예비자 노릇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무조건(!) 받아들이지는 못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나'도 내 자신으로 인정하고(이번 성격 강좌를 통해 얻은 선물이다) 나에게 어울리는 내 방식대로 해 나가기로 했다. 성경을 읽고 교리서를 읽고 여러가지 전례를 알아보고 그러면서 그 속에서 와 닿는만큼 신의 손길을 느껴 보기로. 마음보다 머리가 먼저 움직이는 게 내 스타일이라면 머리부터라도 움직이기로.
*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이 모두 '부름'이었구나 싶은 일들...
- 박완서 님의 <한 말씀만 하소서>
- 성경을 세 번 통독하고나니 도저히 신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던 어느 무신론자의 말.
- ㅇㅈ님이 세례명을 정하면서 홈페이지에 쓰신 글 중 종교와 세계관에 대한 대목.
(ㅇㅈ님, 그 말씀이 망설이는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되었답니다...)
- 가상대학 강의에서 들었던 엔도 슈사쿠 <침묵>의 한 구절.
"주여, 당신이 언제나 침묵하고 계신 것을 원망했습니다."
"나는 침묵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함께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 그라나다 대성당에서 은은히 울려퍼지는 성가가 어쩐지 마음 깊이 와 닿아서
멍하니 한참 동안 앉아 있었 그 시간.
- 쁘리띠님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여행기 중 '용서' 편.
http://www.prettynim.com/
(가운데 "쁘리띠의 이야기"-[여행기] 전체보기 한 후 순례자의 길 열세번째 날 이야기)
- <나비가 없는 세상>에서 세상 떠난 고양이들을 위해 묵주기도했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