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타작 하는 날
윤기현 글(1999) 사계절
싱겁다? 밋밋하다? 아무튼 책을 덮고 나니 가장 먼저 드는 느낌은 그거다.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얘기 한 편을 훑어본 느낌이랄까.
사실 난 농촌 모습을 거의 모른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껏 서울에만 살았고, 할머니 한 분은 서울, 또 한 분은 지방이지만 도시 한복판에 사시니 할머니 댁에 간다 한들 우리집이나 매한가지. 어렸을 때 살던 동네가 서울 맨끝이라 버스 타러 나오면 논이 좍 펼쳐지고, 학교 가는 길에 친구들이랑 넓은 밭 가로질러 가던 기억으로 대충 미루어 짐작하는 정도일까.
그래서인지 농촌 생활을 다룬 책을 읽을 때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자격지심이 앞선다. 사실 머리로는 알아들어도 마음에 안 와 닿는 부분이 많다. 이 책이 심심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내가 잘 모르는 모습이라서 그럴까 생각해 봤다.
하지만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글쓴이는 이 책을 왜 썼을까. 시골 풍경을 전해주려고? 그렇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아이들의 놀이, 시골에서 일하는 모습을 그저 쭉 나열하고 설명해 놓은 느낌. 주인공은 석이, 현이로 되어 있지만 그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인지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누구로 바꿔도 똑같을 것.
아버지가 어머니 때리는 얘기는 왜 나오나? 농촌 남자들이 이렇게 살기 어렵다는 얘기를 하려고? 그래도 폭력은 안 좋다고? 별로 관계 없어보이는 얘기를 굳이 넣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2008/03/13
미완성으로 남아있던 것을 뒤늦게 그냥 올린다. 마무리되지 않은 글이지만 어차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 들어있으니.
* 표지 출처: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