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賊のむすめローニャ
Astrid Lindgren(1981) 大塚勇三 訳(2001) 岩波書店
1. 들어가는 말
‘명작(名作)’의 사전적 정의는 ‘이름난 훌륭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말은 작품을 고르는 기준으로 쓰기에는 너무 모호하다. 조금 더 발전시켜 생각해 보자. 단순히 재미만 추구하는 작품이나 작가가 일방적으로 메시지만 전하려고 하는 작품은 명작이라고 보기에는 아무래도 미흡하다.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주면서, 더불어 세대와 시대를 뛰어넘어 오래도록 전해질 수 있는 작품이 명작이 아닐까 한다.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와 함께 많은 어린이책을 읽었고 <어린이도서연구회>라는 모임에서 8년째 어린이책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는 입장이라, 기왕이면 내가 더 잘 알고 있는 어린이책 중에서 명작이라 일컬을 만한 책을 골라 보고자 했다. 그리하여 본 글에서는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의 『산적의 딸 로냐 Ronja Rövardotter (일본어판 제목 山賊のむすめローニャ)』 를 살펴보기로 한다.
린드그렌의 생애와 작품 세계는 2장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그는 스웨덴의 아동문학작가로서 평생에 걸쳐 활기찬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부터 판타지 세계를 다룬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을 펴냈다. 또한 첫 작품인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Pippi Långstrump』에서는 그전까지 어린이책에 흔히 나오던 얌전하고 어른들 말 잘 듣는 주인공이 아니라, 학교 가기를 거부하고 혼자 살면서 어른을 능가하는 힘을 가지고 제멋대로 노는 개성있는 주인공을 등장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산적의 딸 로냐』는 린드그렌의 작품 중에서 비교적 후반기인 1981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대립하는 두 집안의 아이들이 서로 좋아하게 된다는 평범한 줄거리 속에 개성있고 매력적인 인물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그리고 자연에 대한 다채로운 묘사와 유머 감각이 어우러져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많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린드그렌의 대표작으로 부르기에 충분하며 ‘명작’이라는 이름에도 걸맞다고 생각하여 대상 작품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2.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에 대하여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11.14~2002.1.28)은 1907년 스웨덴에서 태어났다. 지극히 서로를 사랑하는 부모 밑에서 린드그렌은 형제자매들과 농촌의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랐다. 훗날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보호를 받고 있다는 느낌’과 ‘자유’라는 두 가지가 떠오른다고 말한다. 부모의 대범한 양육 방식 아래에서 자연과 책을 벗삼아 지내던 어린 시절은 린드그렌의 작품 속에서 여러 모습으로 되살아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린드그렌 <사라진 나라> 50~53쪽)
린드그렌은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작품 활동을 시작했는데, 자기가 지어내서 딸아이에게 들려주곤 하던 이야기가 바탕이 된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으로 1945년에 문단에 데뷔하였다. 이후 2002년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수많은 작품을 써 냈으며, 그의 작품은 85개 언어로 번역되어 10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출판되었다.
린드그렌은 『엄지소년 닐스 Nils Karlsson-Pyssling』로 1950년 닐스 호르겔손 상을 수상하였고 『라스무스와 방랑자 Rasmus på Luften』 및 전 작품으로 1956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1965년에 전 작품을 대상으로 하여 스웨덴 국가 문학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하여 독일, 영국, 폴란드, 프랑스, 덴마크, 유고슬라비아 등 많은 나라에서 어린이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실로 다양한 성격의 작품을 써 냈는데, 그의 작품은 대략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스웨덴의 농촌과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여 아이들의 삶을 경쾌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떠들썩한 마을 I Bullerby』 시리즈, 『에밀 Emil』 시리즈, 『로타 Lotta』 시리즈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두번째는 탐정이 등장하는 모험 이야기로 『명탐정 칼레의 모험 Mästerdetektiven Blomkvist lever farligt』(1951) 등이 있다. 세번째는 방랑과 성장을 그린 이야기인데 『라스무스와 방랑자』(1956)가 이에 속한다. 마지막으로는 옛이야기와 메르헨에 나오는 모티브를 차용하여 현실에 없는 판타지 세계를 그려낸 작품으로 『엄지소년 닐스』(1949), 『미오, 나의 미오 Mio min Mio』(1955), 『사자왕 형제의 모험 Bröderna Lejonhjärta』(1973), 『산적의 딸 로냐』(1981) 등이다. (네이버; 위키피디아)
3. 『산적의 딸 로냐』 깊게 읽기
1) 줄거리
수리 마녀가 날아다니고 회색 난쟁이와 깜둥 요마가 출몰하는 마티스 숲 속에는 각각 마티스와 보르카를 우두머리로 하는 산적떼가 있다. 두 산적떼는 조상 때부터 계속 산적질을 하며 살아 왔는데, 사이가 나빠 언제나 서로 으르렁대며 상대편을 무릎 꿇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어느 천둥치는 날 밤, 양쪽 성에 마티스의 딸 로냐와 보르카의 아들 비르크가 태어난다. 로냐는 아빠 마티스와 엄마 로비스의 지극한 사랑 속에 무럭무럭 자라나서 이윽고 혼자 숲 속에서 자연을 체험하며 지내게 된다. 그곳에서 로냐는 비르크를 만나는데, 두 아이는 처음에는 서로를 적대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위험한 상황에서 상대의 목숨을 구해주기도 하며 또래가 없는 숲 속에서 진정한 친구가 된다.
그러나 양쪽 산적떼가 오래도록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로냐와 비르크는 친구 사이라는 것을 비밀로 할 수 밖에 없었고, 어느 날 그것이 들통나서 부모에게 구박을 받자 숲으로 나와 살게 된다. 두 아이는 숲에서 봄-여름-가을을 지내며 많은 것을 몸소 배우고 서로에 대해 더욱 깊은 감정을 갖는다.
두 아이의 진실한 사랑으로 인해 마티스와 보르카는 화해를 하고, 두 산적떼는 마티스를 우두머리로 하여 하나로 합치게 된다.
2) 로냐라는 아이
『산적의 딸 로냐』는 주인공 로냐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 거친 산적떼 속에서 부모의 사랑을받으며 순진무구하게 자라던 로냐는 자기가 자라난 마티스 성이 세상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숲’으로 대표되는 자연 속에서 몸소 많은 것을 겪으며 배우고 넓은 세상을 알아 나간다. 그러던 중 로냐는 비르크를 만나 처음으로 ‘친구’를 가지게 되고,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을 알게 된다.
배경은 수리 마녀가 날아다니고 회색 난쟁이가 불쑥 튀어나오는 판타지 세계지만, 그 속에 그려진 아이의 모습은 거짓으로 느껴지지도, 너무나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작가 린드그렌은 ‘정말 아이답다’는 느낌이 절로 들 정도로 이 또래 아이들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아이다움과 어른스러움, 활달함과 침착함을 함께 지닌 아이. 이것은 로냐만의 모습일 수도 있지만,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나는 중간 단계인 사춘기 아이들의 숨은 모습이기도 하다.
로냐 또한 그렇다. 친구를 사귀기 전까지는 마티스의 성이나 숲 속에서도 혼자서 즐겁게 지낼 수 있었지만, 비르크와 만난 뒤에 그리움과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알게 된다.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친구 비르크와 사소한 것 때문에 다투고 속상해 하고, 그리고는 곧 후회하고 다시 친해진다. 서로에게 깊은 애정을 갖게 된 두 아이는 둘이 함께 했던 여름이 지나가는 것을 슬픔처럼 느끼며 아쉬워한다. 사춘기 아이들의 풋풋한 첫사랑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この夏のことを、きっとわたしは、生きているあいだじゅう、思い出として、心のなかにもっているわ。」と、ローニャはいいました。
ビルクは、まわりの夕暮れの森をながめていると、ふしぎな気分になりましたが、それがなぜだか、わかりませんでした。じぶんの胸のなかに、まるで小さな悲しみがあるように感じるけれど、それがなになのか、わかりませんでした。それはただ、夏の夕の美しさと平和さとで、べつにほかのなんでもなかったのです。……
「この夏のこと……」とビルクはいって、ローニャをながめました。「そう、この夏のことを、きっとぼくは、この命のおわるまで、心のなかにもっている。まちがいないよ。」 (273쪽)
“이 여름의 일을, 난 분명 살아있는 동안 내내, 마음 속에 추억으로 간직할 거야.” 하고 로냐는 말했습니다.
비르크는 주위의 해질 녘의 숲을 바라보고 있으면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이 왜인지는 몰랐습니다. 자기 가슴 속에 마치 작은 슬픔이 있는 것처럼 느끼지만, 그게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그것은 다만, 여름 밤의 아름다움과 평화이고, 달리 그 외의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여름…….” 비르크는 말하고, 로냐를 바라봤습니다. “그래, 이 여름의 일을, 난 분명 이 생명이 끝날 때까지,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을 거야. 틀림없어.”
한편, 언제나 옳다고 생각했던 아빠가 실은 남의 물건을 뺏는 산적이라는 걸 알았을 때, 로냐는 정면으로 맞선다. 아이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생명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공부’는 하지 않았어도, 로냐는 자연 속에서 옳고 그름을 배우며 자라난다.
「「こんなことしちゃ、いけないのよ！お金とか、品物とか、手にいれたいがらくたなら、それは、とることもできる。でも、人間をとちゃ、いけないわ。」 (187-188쪽 부분 발췌)
“이런 짓 하면 안 돼! 돈이나 물건이나, 손에 넣고 싶은 잡동사니라면 그건 뺏을 수도 있어. 하지만, 사람을 빼앗아선 안 돼.”
「命っていうのは、だいじにしなけりゃいけないものなのよ、わからないの？そして、もしあなたがクマの洞に残って、冬を越したりすれば、あなたは、じぶんの命をむたにすてるのよ！それに、わたしのも！」 (323쪽)
“생명이라는 건 소중히 해야만 하는 거야, 모르니? 그리고, 혹시 네가 곰의 동굴에 남아서 겨울을 넘기거나 하면, 넌 자기 생명을 헛되이 내버리는 거야! 그리고 내 생명도!”
3) 여자와 남자
로냐의 아빠 마티스와 그를 따르는 열두 명의 남자들은 다른 어떤 무리보다도 남자답다는 말이 어울릴 ‘산적’이지만 우리가 이제껏 생각하던 산적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힘으로 보르카 무리를 이기고 싶어하고 큰소리치기 일쑤인 마티스지만 자기 감정을 밖으로 나타내는데 인색하지 않고 - 이렇게 툭 하면 흥분하고 여러 번 눈물 흘리는 아빠는 책 속에 자주 나오지 않는다 - 딸아이의 일에 대해서는 잔걱정도 많고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그에 비해 엄마 로비스는 다정하고 꼼꼼하나 큰 일이 닥쳤을 때는 침착하고 담이 크다. 로냐에 대해서도 마티스보다 한 발짝 더 뒤에 물러서서 지켜볼 줄 아는 엄마다. 이 두 사람의 성격은 로냐가 겨울날 눈구덩이에 빠졌다가 돌아와서 심하게 앓아누운 사건을 그린 다음 장면에 잘 나타난다.
「そして、マッティスはすぐにわかりました！どうなるのか、わかりました！ローニャは、じぶんからとられてしまう、もう死んでしまうのだと、マッティスは感じて、胸がいたくなりました。そしてマッティスは、気がくるいそうな悲しみを、どうしたらいいのか、わかりませんでした。ほんとは、頭を壁にぶつけて、いつもどおりにわめきたいところでした。
（略）
「この女、なんで病気の子のそばにいてやらないんだ？」
「わたしの子が病気ですって？”と、ロビスはおちついて答えました。“それは知らなかったわ。でも、羊たちに、やるものをやってしまったら、すぐ……」 (123-125쪽 부분발췌)
그리고 마티스는 곧 알았습니다! 어떻게 되는 건지 알았습니다! 로냐는 자신에게서 떠나서 이제 죽어 버리는 거라고 마티스는 느껴서 가슴이 아파졌습니다. 그리고 마티스는 미칠 듯한 슬픔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지 못했습니다. 사실은 머리를 벽에 찧고, 다른 때처럼 아우성치고 싶은 참이었습니다.
(중략)
“이 여편네가, 어째서 아픈 아이 곁에 있어주지 않는 거야?”
“우리 애가 아프다고요?” 하고 로비스는 침착하게 대답했습니다. “그건 몰랐네. 하지만 양한테 줄 걸 주고 나서곧…….”
평소에는 좋은 엄마이자 아내로 척척 집안일을 하고 산적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로비스지만 경우에 안 맞는 상황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상대편의 아들인 비르크를 인질로 잡았을 때, 다친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보르카 산적떼를 협박할 좋은 거리가 생겼다고 좋아하는 마티스와 산적들에게 로비스는 이렇게 일갈하기도 한다.
「「蛇っ子なんぞに、手をだしてやるな！」
「蛇っ子だろうと、どうだろうと……」と、ロビスはいいました。「この傷は、洗わなけりゃならないわ! 」
(略)
「なによ、男なんて。”と、ロビスはさけびました。“みんな、奈落の底までいっちまえばいい。だって、あんたたちなんて、悪いことしかしやしないんだから。聞いてるの、マッティス、あんただって、なにさ！」 (189-192쪽 부분발췌)
“뱀 새끼 따위한테 손 대지 마!”
“뱀 새끼건 뭐건…….” 로비스는 말했습니다. “이 상처는 닦아야만 해요!”
(중략)
“뭐야, 남자라는 놈들이란.” 로비스는 소리쳤습니다. “모두, 지옥 밑바닥으로 꺼져. 당신들 따위, 나쁜 짓밖에 안 하니까. 듣고 있어, 마티스. 당신도 뭐야!”
산적떼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스칼레 페르(한국어판에서는 글라첸페르)가 죽음을 앞뒀을 때, 마티스는 평생을 함께 해 온 그가 없어진다는 사실에 슬픔에 겨워 울부짖는다. 그리고 로비스는 슬퍼하는 마티스를 안아서 달래준다.
「「この男がいないと、胸がはりさけるほどつらいんだよ！」
「あんた、わたしにすこし支えていてもらいたい？」と、ロビスがききました。
「ああ、とにかく、そうしてくれ。」 (364쪽)
“이 사람이 없으면, 가슴이 찢어지게 괴롭다구!”
“당신, 내가 조금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로비스가 물었습니다.
“아, 아무튼 그렇게 해 줘.”
이러한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라서일까. 로냐는 씩씩하고 비르크는 세심하다. 그러나 두 아이 사이에서는 결코 ‘여자가…’ 또는 ‘남자가…’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을 보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은 우리네 삶 여기저기에 놓여있다. 그런 생각에 대한 통쾌한 한 방이었달까. 이런 모습이 그려져도 어색하지 않고, 또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린드그렌이 태어나고 자란 나라인 스웨덴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여자들의 지위가 높은 나라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4) 자식과 부모
마티스와 보르카는 숲을 호령하는 무지막지한 산적이지만 자식 일에는 한없이 마음 약해지고, 자기 뜻대로 안 되는 자식을 보고 심란해 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지금 우리의 모습과 별다를 바 없다.
로냐가 자라서 처음으로 숲에 나갈 때 마티스와 로비스가 어떤 말을 하면서 보내는지, 마티스에게 반발해서 집을 나간 로냐를 로비스가 어떻게 기다려 주는지, 이런 것들을 보면서 올바른 부모의 자세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이제 집을 떠나 더 넓은 세계로 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자신의 틀에만 가둬놓지 않고 지켜 봐 줄 줄 아는 부모가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おまえ、あらっぽい鳥女や、灰色小人や、ボルカの山賊どもに気をつけろよ。」
「どれがあらっぽい鳥女か、灰色小人か、ボルカの山賊なのか、どうやってわたしにわかるの？」
「それは、おまえ、気がつくさ。」
「もし森で道にまよったら、わたし、どうするの？」
「ちゃんとした道をさがしだすのさ。」
「もし川におっこちたら、わたし、どうするの？」
「およぐのさ。」
「ほかに、もっとなにか、ある？」
「うん、まあな。だけど、それはすこしずつ、わかってくるだろう。さあ、行っといで！」 (25-28쪽 부분 발췌)
"너, 사나운 수리 마녀랑 회색 난장이, 그리고 보르카 산적떼를 조심해라.“
“누가 사나운 수리 마녀인지, 회색 난장이인지, 보르카 산적떼인지, 어떻게 해서 알아요?”
“그건, 네가 알아차릴 거다.”
“혹시 숲에서 길을 잃어 버리면, 나, 어떡해요?”
“바른 길을 찾는 거다.”
“혹시 강물에 빠지면, 나 어떡해요?”
“헤엄쳐.”
“그것 말고, 또 뭔가 있어요?”
“응, 그럭저럭. 하지만, 그건 조금씩 알게 될 거다. 자, 다녀 오너라!”
마티스는 숲으로 간 로냐가 마주치게 될 위험을 조목조목 짚어주지만 결코 앞서 나가거나 부모가 다 해결해 주려 하지는 않는다. 로냐가 숲에서 지낸 첫날, 밤늦게까지 숲에 남아있다가 위험에 처해 있을 때 가장 먼저 뛰어와서 구해준 사람은 바로 마티스였다.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부모와 과보호 부모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잘 긋고 아이를 지켜봐 주는 현명한 아버지의 모습이 거기 있다.
「洞穴のそとの平たい岩場に、ロヴィスがすわって待っていたのでした。
(略)
おかあさんのわき、平たい岩場にくたっとしゃがみこむと、ロヴィスのひざに顔をかくして、泣きました。山も張り裂けるほどではありません。ひくい、ほんのかすかな泣き声で、聞こえないくらいでした。
「どうして、わたしがここにきたのか、わかるわね。」
(略)
「ねえ、かあさん。もしかあさんが、ひとりの子どもで、その子のとうさんは、じつにひどくその子をつきはなして、名まえさえ口にしてくれないくらいだとしたら、それでも、あなたは、そのとうさんのとこにもどっていく？もし、その人が、もどってほしいって、たのみに来なくても? 」
ロビスは、しばらくかんがえました。
「いいえ、わたしは、きっともどらないわ。その人は、そうしてほしいって、たのまなきゃいけない。そうしなきゃいけないわ！」
(略)
そして、やがて目をさましたときには、もう、すっかり明るい朝になっていました。
そのときは、ロビスは、いなくなっていました。でもロビスは、じぶんの灰色のショールはもっていかず、それでローニャをくるんだままにしていったのです。 (295-302쪽 부분발췌)
동굴 밖 평평한 바위에 로비스가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중략)
엄마 옆의 평평한 바위에 털썩 주저앉고는, 로비스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었습니다. 산이 터져나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낮고 아주 작은 울음소리여서, 안 들릴 정도였습니다.
“왜 내가 여기 왔는지 알지?”
(중략)
“엄마, 혹시 엄마가 한 아이고, 그 아이네 아빠는 정말로 무정해서 그 애를 내버려두고 이름도 입에 올리지 않을 정도라면, 그래도 엄마는 그런 아빠에게 돌아갈 거예요? 아빠가 돌아와 달라고 부탁하러 오지 않아도?”
로비스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습니다.
“아니, 난 분명 안 돌아갈 거다. 그 사람은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해야지. 그래야 해!”
(중략)
그리고 이윽고 눈을 떴을 떄는 이미 환한 아침이 됐습니다.
그때는 로비스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로비스는 자신의 회색 숄은 가져 가지 않고, 그걸로 로냐를 감싼 채로 뒀던 것입니다.
로냐는 비르크를 인질로 삼으려는 마티스에게 반발해서 몰래 집을 나와 숲속 동굴에서 비르크와 함께 지낸다. 엄마라면 그런 아이가 걱정스럽고 속이 상할 법도 하련만, 로비스는 집을 나간 로냐를 섣불리 달래려 들거나 억지로 집으로 데려오지 않는다. 얘기를 들어주고 잠자는 사이에 덮어준 숄로 딸에 대한 사랑을 말없이 전해줄 뿐이다.
「「ああ、いつでもずーっとそうだったように、そうだとも、おれのローニャ！おれが昼も夜も恋しがって泣いていた、おれの子どもだ。ああ、どんなにおれはつらかったか！」
(略)
「だけど、おれはまだ、おまえにたのんでなかったな。”とマッティスがいいました。“今、おれは、それをするよ。おれは、心からたのむよ、ローニャ。おれのうちに、かえってきておくれ！」 (318-320쪽 부분발췌)
“아, 언제든지 내내 그랬던 것처럼, 그렇고말고, 우리 로냐! 내가 낮이나 밤이나 그리워서 울었던 내 아이지. 아,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중략)
“하지만 난 아직 너한테 부탁하지 않았구나.” 하고 마티스가 말했습니다. “난 지금 그렇게 하겠다. 내가 마음으로부터 부탁한다, 로냐. 우리 집으로 돌아와 주렴!”
적의 아들인 비르크를 구하기 위해서 몸을 던진 로냐를 보고 충격을 받아 “내게는 자식이 없다”고 선언한 마티스지만, 로냐를 집으로 데리고 오기 위해 필요없는 자존심을 버리고 아이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사과한다.
나라면 이들처럼 너 혼자 바깥 세상에 나가서 겪어보고 깨닫거라 하면서 열두 살 아이를 쉽게 위험이 함께 하는 세상에 내보낼 수 있을까. 아이가 부모에게 반기를 들고 나설 때 그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사춘기에 들어선 딸아이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속을 다글다글 끓이곤 하는 내게 마티스와 로비스가 보여주는 모습은 본보기이자 숙제로 다가온다.
5) 풍부한 자연 묘사
머릿 속으로만 그려서는 결코 나오지 않을 자연에 대한 풍부한 묘사는 이 책의 또다른 읽을거리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숲과 강과 그 속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북유럽 특유의 느낌 – 결코 어두워지지 않는 희미한 저녁에 대한 묘사 등 – 도 잘 살아 있다. 린드그렌이 어린 시절 자연 속에서 지냈던 체험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부분이다.
비 오는 가을날의 숲속 정경, 해가 저물어 어두워지는 저녁의 모습, 얼마 남지 않은 여름에 대한 아쉬움, 찬란했던 여름날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 이 모든 것들을 눈에 잡힐 듯 그려내는 린드그렌의 탁월한 묘사력이 참으로 멋지다.
「ローニャは秋の森にいるのもすきでした。地面の苔は、しめって、緑で、ローニャがはだかの足でふむと、やわらかでした。秋の森はとてもすてきなにおいがし、そして木の枝は水しずくできらきらかがやきました。ときどきは、雨がふりました。ローニャは、よくしげったモミの木の下にうずくまって、そとのほうで、しずかに雨の音がするのを聞いているのがすきでした。ときには、はげしい雨降りになり、すると森じゅうにざあざあと雨の音がひびきましたが、ローニャはそれもすきでした。(104쪽)
로냐는 가을 숲에 있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땅바닥의 이끼는 눅눅하고 녹색으로, 로냐가 맨발로 밟으면 부드러웠습니다. 가을 숲은 무척이나 근사한 향기가 나고, 나뭇가지는 물방울로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가끔은 비가 내렸습니다. 로냐는 곧잘 우거진 전나무 아래 웅크리고 앉아서 바깥 쪽에서 조용히 빗소리가 나는 걸 듣는 게 좋았습니다. 때로는 비가 심하게 내리고, 그러면 온 숲에 좌악좌악 빗소리가 울렸지만 로냐는 그것도 좋아했습니다.
春の夕方のうす暮れというのは、木々のあいだのふしぎな暗さというだけで、けっして暗闇とか夜にはならないのでした。森のなかは、しずかになりました。クロウタドリやカッコウの歌は、もう聞こえません。子ギツネたちはみんな穴にはいこみましたし、子リスや子ウサギもみんな、めいめいの巣にかえり、牝のクサリヘビは石のかげにはいりました。聞こえるのは、ずっと遠くの、ワシミミズクのほうほういう暗い声だけで、もうじき、その声も、だまってしまうでしょう。(171-172쪽)
봄날 저녁의 으슴푸레한 해질녘이라는 것은 나무 사이의 기묘한 어두움 뿐이고, 결코 캄캄하게 어두워지거나 밤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숲 속은 조용해졌습니다. 검은지빠귀와 뻐꾸기의 노래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습니다. 새끼 여우들은 모두 굴에 기어 들어갔고, 새끼 다람쥐와 새끼 토끼도 모두 저마다의 집으로 돌아가고, 암뱀은 바위 그늘로 기어 들어갔습니다. 들리는 것은 저 멀리 수리부엉이의 호오 호오 하는 음침한 소리뿐으로, 이제는 그 소리도 조용해져 버리겠죠.
……どうして森が、いつでも夏でいられないのかしら？そして、どうしてわたしは、うれしくなれないのかしら？
ローニャは、じぶんの森も、そのなかにあるなにもかも、だいすきでした。どの木も、ふたりが馬でとおりすぎる、どの小さい湖も、沼も、小川も、苔のはえたどの岩の丘も、どの野イチゴのある空地も、コケモモのあるところも、どの花も、どのけものも、鳥もみんな、だいすきです。なのに、どうして、ときどきはとても悲しくなり、そして、どうして、いつかは冬にならなければいけないのでしょう？ (284-285쪽)
……어째서 숲이 언제나 여름일 수 없는 걸까? 그리고, 난 어째서 기뻐지지 않을까?
로냐는 자신의 숲도,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도 무척 좋아했습니다. 어떤 나무도, 둘이 말을 타고 지나간 어떤 작은 호수도, 늪도, 시냇물도, 이끼가 낀 바위 언덕도, 야생 딸기가 있는 어떤 빈터도, 월귤이 있는 곳도, 어떤 꽃도, 어떤 짐승도, 새도 모두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때로는 너무나 슬퍼지고, 그리고 왜 언젠가 겨울이 되어야만 하는 걸까요?
「わたしは、野のハチが蜜をすうみたいに、夏をすいこんでるのよ。そして、わたし、それをあつめて、大きい夏のかたまりにしといて、それで、もう夏じゃなくなったときに、くらしていくの。あなた、そのかたまりのなかになにがあるか、わかる？
それは、一つの大きいかたまりに焼きあげたものでね。それにはいってるのは、日の出と、コケモモがいっぱい実ってるコケモモの小枝と、あなたの両腕にあるそばかすと、晩に川をてらす月の光と、星空と、太陽が松の木々をてらしつけるときの真昼の暑い森と、ちょっとした夕方の雨とか、そんなものと、わたしたちの知ってるリスたちと，キツネたちと、ウサギたちと、オオシカたちと、野馬たちみんなと、それに、わたしたちがおよいでいる時と、わたしたちが森で馬にのってる時とで、……これが、夏にあるものみんなで、りっぱに焼きあげたものだって、わかるでしょう！」 (307-308쪽 부분발췌)
“난 야생벌이 꿀을 빨아 먹는 것처럼 여름을 빨아들이는 거야. 그리고 나, 그걸 모아서 큰 여름 덩어리로 만들어 두고, 그걸로 더이상 여름이 아니게 됐을 때 살아갈 거야. 너, 그 덩어리 속에 뭐가 있는지 아니?
그건 큰 덩어리 하나로 구워낸 거야. 거기 들어있는 건 해돋이랑, 월귤이 잔뜩 달려있는 월귤나무 가지랑, 네 양팔에 있는 주근깨랑, 밤에 냇가를 비추는 달빛과, 별이 빛나는 하늘과, 태양이 소나무를 비출 때의 한낮의 뜨거운 숲과, 저녁 무렵에 잠깐 내리는 비나 그런 거랑, 우리들이 아는 다람쥐랑, 여우랑, 토끼랑, 큰사슴이랑, 야생마들 몽땅하고, 거기에 우리들이 헤엄치고 있을 때랑, 우리들이 숲에서 말을 탈 때랑, ……이게 여름에 있는 것 전부고, 훌륭하게 구워낸 거라고, 알겠지!”
4. 맺는 말
예전에 몇 번이나 읽었던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다시 읽은 《산적의 딸 로냐》는 그전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몇 년 전 맨처음 읽었을 때는 단순히 아이의 숲속 모험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 다음에 읽을 때는 사춘기 아이들이 이성에게 느끼는 미묘한 감정이, 또 그 다음에는 어른과 아이,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눈길이 갔다. 이번에는 다양한 인간 관계를 그려낸 부분도 좋았지만, 사계절의 자연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빠르게 책을 읽어나갈 때는 놓치기 쉬운 부분이지만, 본의 아니게 천천히 읽는 동안 단어 하나하나가 주는 느낌을 맛보는 건 즐거웠다.
물론 전과 다른 느낌을 받은 것은 한국어판이 아닌 일본어판으로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같은 내용을 담고 있어도, 그것을 전하는 언어가 달라지니 작품의 미묘한 맛이 달라지는 건 신선한 체험이었다. 달라진 말투로 인해 인물의 성격까지 새롭게 느껴졌다. 아울러 원작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번역이 차지하는 무게에 대해서도 그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줄거리만 꿰고 나면 더 이상 볼 게 없는 책 말고 여러 갈래로 생각해 볼 것이 많은 책이 좋은 책이라 한다. 《산적의 딸 로냐》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내게 ‘좋은 책’으로 남을 것이다. 로냐가 되어서, 로비스와 마티스가 되어서, 비르크가 되어서, 때로는 산적떼가 되어서 그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읽어보려 한다.
일본어로 읽는 세계명작 과제: 내가 고른 명작>
※ 2002년에 썼던
이 글을 뼈대로 삼았음.
* 표지 출처: e-h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