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letant의 제.멋.대.로 쓰는 이야기

※ 자세한 서지는 [책 이야기]-[내가 읽은 책] 카테고리 참조.

우리창작 그림책

[두더지 딸 신랑감 찾기]
아무리 봐도 중국풍으로 보이는 옷과 분위기가 몹시 거슬린다. 그것만 아니라면 그냥 도서관용 정도라고 얘기할 텐데.

[사자개 삽사리]
그냥 고만고만한 책.

[영이의 비닐우산]
굳이 시 그림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잔잔한 이야기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그림도 좋고, 이야기도

[영치기 영차]
이 책이야말로 시 한 편을 가지고 이런 식으로 책을 만들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다. 볼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시가 전하는 내용이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니고….

외국창작 그림책

[돌려 줘, 내 모자]
놀림거리가 되던 머리의 땜통(;)이 사실은 할머니의 사랑이 남긴 상처라는 굉장히 감동적인 이야기인데 왜 그것이 ‘이런 얘기였으니 자~ 감동스럽지?’ 하는 걸로 보일까. 주인공과 놀리던 아이가 싸울 때 주위에 둘러서서 주인공 편을 들던 아이들은 그전에 주인공이 놀림당할 때는 뭘 하고 있었을까? (…삐딱한 눈으로 보니 온통 삐딱하게 보인다.)

[동물 재판]
개체 수가 늘어나지 않으니 굶어 죽지 않고 다 같이 살 수 있다, 사자한테 잡혀먹는 것보다 병들어 죽는 수가 더 많다, 병든 동물을 잡아먹어 주니 병이 더 퍼지지 않는 거다…….
언뜻 생각하면 맞는 얘기 같기도 하고, 생태계 전체 입장에서는 잡아먹는 놈도 있어야 하는 게 분명하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그런 순환 관계보다도 강자의 입장을 변명하는 ‘궤변’ 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서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다. (사자나 늑대가 병든 동물만 잡아 먹나? 그런 얘기는 못 들은 것 같은데…)

[정말정말 화가 나요!]
읽고 나니 “그래서 어쩌라고?”하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사춘기 아이도 아니고 웬 난리? -_-;;
얘기 내용으로 보면 서너 살 아이로밖에 안 보이는데 (옷을 입다가 잘 안 되니 화가 난다느니) 그림은 훨씬 큰 아이로 보이는 것도 어색하다.

[티프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
이런 책을 만나면 참 곤란해진다. 이게 아이들에게 절대로 보여주지 말아야 할 책이냐 물으면 아니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지만, 내용이 특별히 재미있는 것도 아니요 뭔가 좋은 걸 전해주는 것도 아니고, 외국책. 게다가 ‘윌리엄 스타이그’의 이름을 파는 것으로밖에 안 보이는 이런 책을 과연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외국창작 동화

[열두 번째 선수]
마르코는 자기를 ‘열두 번째 선수’라고 말하며 극성스럽게 뒷바라지를 하는 아빠 때문에 축구하는 게 즐겁지 않고 부담스럽기만 하다. 부모의 지나친 기대에 맞추지 못해서 마음 갑갑해 하는 아이의 모습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아빠가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는 장면이 너무 갑작스럽고 소제목으로 짤막짤막하게 된 방식이 오히려 이야기에 몰입할 수 없게 방해한다.

역사/인물

[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 유산 이야기]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간송 전형필이라는 사람을 전혀 몰랐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약탈한 우리 문화재 되찾기에 일생을 바친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전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읽고 나면 이 사람이 어디에 뜻을 두었고 어떤 일을 하며 살았는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우리 문화재 사진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주고, 고급스럽게 보이는 겉모습에 비해 비싸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 책만 읽어봐도 이 사람이 평생에 걸려 막대한 재산을 쏟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책 속에서는 일제 강점기라는 어려운 시대에 이 사람이 겪은 어려운 점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 재산을 계속 유지하며 문화재 수집이라는 일을 하는데, 어떻게 아무 방해도 안 받고 지낼 수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그 사람이 했던 좋은 일만 그려내기보다, 고민하는 모습, 어려운 일을 당한 것까지 얘기를 했으면 더 좋은 인물 이야기가 됐을 것 같아서 아쉽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어린이중앙 인물 이야기 26)]
어렸을 때부터 훌륭했고 커서도 내내 훌륭한 일만 하다가 돌아가셨다…는 내용의, 아이들에게 절대로 권하고 싶지 않은 인물 이야기. 이걸 읽고 아이들이 과연 ‘카롤 요제프 보이티와’라는 인간에 대해서 얼마나 가깝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을까.
중간 중간 들어있는 정보도 이 책을 제대로 된 인물 이야기가 아니라 학습용 책 수준으로 떨어뜨린다.

기타

[개를 기르다]
표제작인 “개를 기르다”가 역시 가장 좋았다. (다섯 편의 만화가 들어있음)
14년 동안 기르던 개가 서서히 몸이 쇠약해지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야기인데, 그 죽어가는 과정은 개나 사람이나 다를 바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완동물(요즘은 반려동물이라고들 하는 모양이지만)이라는 것이 결코 한순간의 즐거움을 위해서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얘기 나눌 거리가 많은 책.

[광용아 햄버거 맛있니?]
패스트푸드의 나쁜 점을 알리기 위해 24일 동안 패스트푸드점 음식만 먹는 실험을 했던 윤광용씨의 이야기를 일기식으로 재구성했다. 기본적인 내용은 나쁘지 않지만, ‘햄버거’ 에 집중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아이들에게 ‘햄버거만 안 먹으면 되나 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하진 않을까 싶기도 하다. 주인공(글 속에서는 아이인지 어른인지 애매)이 햄버거 예찬론을 계속 펴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180도 바뀌어서 햄버거는 나쁘다 주장하는 것이 조금 생뚱맞기도 하고, 일기 사이사이에 똑 같은 내용을 글과 만화로 겹치게 싣고 있는 것도, 아이들은 재미있어할지 모르지만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구성방식이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먹을거리를 가려내는 눈을 길러준다는 면에서 보자면 지난 주에 읽었던 <잘 먹고 잘 살기>를 추천하고 싶다.
참~ 미국 경찰이 경찰차에 콜라를 싣고 다닌다는 게 진짜인지?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인줄 알았는데….

[김나미 아줌마가 들려주는 세계 종교 이야기]
종교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사람들은 왜 종교를 필요로 하는가, 왜 여러 종교가 생겨났는가 등등)와 세계 3대 종교 이야기를 하면서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잘 먹고 잘 자라기]
올바른 식생활에 관한 책. 어른들을 대상으로 해서 이런 주제를 다룬 책은 이미 많이 나와 있지만, 어른들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아이들의 식생활이라는 면을 생각해 보면 확실히 이런 책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알았다고 다 실천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집 딸내미도 책은 재미있게 읽어놓고 남의 일인양 여전히 불량 식생활을 하고 있음;;;) 그래도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알아야 할 내용을 잘 전하고 있는 책이다.
그런데 ‘먹거리’라는 말을 많이 쓰고는 있지만, 이거 틀린 말인데 이렇게 책 표지에 떠억 박아놓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청소년/ 우리창작 소설

[프루스트 클럽]
자기를 괴롭히는 반 친구를 심하게 다치게 만들고 전학을 온 윤오, 고등학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자퇴한 나원, 가정 폭력 때문에 괴로워하는 효은. 남에게 쉽게 터 놓을 수 없는 고민을 안은 세 아이들은 카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니며 프루스트의 책을 읽는 ‘프루스트 클럽’을 만들고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가게 된다.
작가의 체험을 밑바탕삼아 만든 글이지만, 지금까지 읽은 어느 글보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등장인물들의 고민이나 그 풀어나가는 방식을 읽는 이들에게 설득하는데 실패했다는 느낌이다. 어떤 아이들이고 어떤 고민인지는 알겠지만, 읽는 내내 과연 이럴까 하는 물음이 그치지 않았다. 그게 무엇인지 딱 찝어서 말하기는 힘들지만 너무 멋부렸다는 생각도 들고. (이런 느낌이 들어서 성인 문학을 멀리하기 시작했는데…)

청소년/ 외국창작 소설

[달걀과 밀가루 그리고 마들렌]
어쩌다보니 요즘 자신의 길을 걷길 원하는 엄마들과 그 때문에 갈등을 겪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연속으로 읽게 됐다. 작가별 개인차일까, 아니면 나라별 차이일까. 고민의 깊이와 해결 방식이 각기 다른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갑갑하기도 하다.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는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여전히 집에서 아이 키우고 살림하는 것이 행복한 거라고 주장하는 아빠와 그런 갈등을 못 이겨서 결국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엄마가 나오는 <아이들이 혼자 자란다고?>를 읽으면서는 이런 문제가 과연 해결이 될 날은 올 것인가 좀 막막했다.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은 역시 우리나라 이야기여선지 가장 있음직한 이야기로 가깝게 다가왔다. 엄마 생각을 하면 자기 일을 하는 것도 좋은 것 같지만, 집안이 시끄러워지고 자기에게 소홀해지는 건 싫다는, 어찌 보면 이기적인 아이의 모습이 굉장히 현실적이고, 아내를 이해해 보려는 생각은 털끝만치도 안 하는 남편의 모습 또한 지금 우리나라에 한둘이 아닌 남자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내가 참을 수 없게 싫은 건 싫은 거고 그런 인간들이 많은 건 많은 거다. -_-;;)
내가 어른이고 엄마의 입장이라서 이 이야기를 깊게 받아들이는 건 아닌 것 같다. 어른은 어른의 입장에서 읽을 수 있고, 이 책을 읽을만한 나이의 아이는 아이의 입장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에 비해서 <달걀과…>는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 쿨한 것하고는 다르지 않을까? 어느날 프랑스로 반 년 동안 요리 연수(유학?)을 가게 되었다는 엄마를 두고 아빠의 갈등은 전혀 보이지 않고, 처음에는 싫다 싫다 하던 딸도 그냥 한순간 쓰윽 쿨하게 받아들인다. 물론 그 이면에는 어른스러운 친구의 조언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싶다.
덧붙임. 결혼해서 중학생 아이까지 둔 딸이 유학을 간다는 말에 한달음에 달려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퍼붓는 엄마. 자신과 아이를 분리시킬 줄 모르는 ‘엄마’의 단면을 본 것 같아서 씁쓸했다. 요즘 주위에서 너무나 많이 보이는 일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