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letant의 제.멋.대.로 쓰는 이야기

※ 자세한 서지는 [책 이야기]-[내가 읽은 책] 카테고리 참조.

우리창작 그림책

[길로 길로 가다가 (우리시 그림책 다섯)]
손으로 일일이 만든 인형과 아기자기한 소품을 보는 건 즐거웠지만, 그에 비해서 썩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책은 아니었다.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든달까…….
그리고 마음에 걸리는 것 몇 가지.
1. ‘짊어지다’는 짐을 어깨나 등에 지는 게 아니었나? 이 아저씨는 내내 품에 안고, 아니면 손에 들고 다니던데?
2. ‘떡전으로 갈까 엿전으로 갈까’ 에서는 사진의 엿전과 떡전 위치가 바뀌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3. 이건 나한테만 거슬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진에서 그때그때 중심이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 배경은 흐릿하게 날렸는데, 작가는 중심되는 물건을 강조하겠다는 의도였겠지만 장마다 내 눈의 초점이 안 맞아서 흐릿하게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영 집중이 안 됐다.

[지하 정원]
우리나라 작가가 뉴욕에서 만났던 지하철 청소부 모스를 소재로 그린 그림책이다.
외국 책을 보는듯한 이국적인 그림이 독특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가꾸어나가는 모스 아저씨가 멋지다. 하지만 읽는 내내, 이렇게 나무가 자라서 땅 위로 나올 정도면, 지하철 터널 가득 뿌리가 퍼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나는 어쩔 수 없는 ‘머리 굳은 어른’인가…

외국창작 그림책

[똑똑한 고양이]
식구들이 자기를 돌봐주기를 기다리다가 지친 고양이는 어느날 자기 손으로 밥을 챙겨먹고 사람들처럼 밖에 나가서 여러가지를 경험하며 돌아다닌다. 돈을 너무 많이 쓰니 돈을 벌어서 카드 대금을 갚으라는 말을 듣고 식당에 취직하지만, 밖에서는 식당 일을 하고 집에 와서도 일을 해야 해서 너무 힘들다. 결국 식당에서 짤린 고양이는 다시 예전처럼 주인이 챙겨주기를 기다리는 모습으로 돌아간다.
다 읽고나니 이 책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헛갈린다. 고양이는 고양이답게 살란 얘긴가? 아니면 뭔가 엄청난 풍자가 들어있는 것도 같고, 별 생각이 없는 것도 같고…. 잘 모르겠다.

[밤을 켜는 아이]
밤을 싫어해서 밤만 되면 온 집안의 불을 다 켜 놓는 아이에게 어느날 ‘어둠’이 찾아와서, ‘밤을 켜고’ 밤에만 할 수 있는 일을 알려준다.

[진흙 거인 골렘]
16세기 프라하에서 다른 민족에게 탄압받던 유대인을 구하기 위해, 랍비가 진흙 거인 골렘을 만들어서 유대인들을 괴롭히던 사람들에게 대항한다.
카발라, 차디크 등 유대교에 관련된 용어들이 낯설어서 어렵게 느껴지고, 유대인들에게는 나름대로 뜻있는 전설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별 의미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무리 진흙 거인이라고 해도, 자기들이 필요할 때 만들어서 쓰다가, 생명을 느끼고 죽기를 거부하는 거인에게서 생명을 다시 뺏는 장면이 마음에 걸린다.
종이를 오려서 표현한 그림은 멋지다.

[코끼리가 있어요]
누구나 마음 속에 자기만의 친구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

[헨젤과 그레텔]
맨 마지막 쪽(생쥐와 생쥐 두건 운운한)은 역시나 해석 불가능.
서양의 유명한 옛이야기이고, 앤터니 브라운이 현대식으로 바꿔서 그린 그림도 재미있었지만, 이런 책이 꼭 필요한가는 의문이다.

우리창작 동화

[받은 편지함]
인물들과 이야기 구조에 별 무리가 없고,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마음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단순한 동기에서 시작한 거짓말이 점점 더 큰 거짓말을 불러서, 마음을 터놓던 작가와 친한 친구에게 그 거짓말이 들통날까 마음을 졸이는 순남이의 모습이 잘 그려졌다.
개인적으로는 그 ‘김치 장면’에서 눈물 찔끔. (순남이가 아니라 고모에게 동화되어서…)

[보랏빛 나팔 소리]
“제2회 건국대학교 창작동화상 수상작”.
주인공 곰비의 재활 이야기, 갑작스러운 사고로 친구 수정이하고 멀어져서 갈등하는 이야기, 트럼펫 배우는 이야기, 강아지 진도 이야기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이야기들이 조화롭게 잘 짜이지 못하고 따로따로 노는 느낌이 든다.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 부분이 어색하고(입으로 읽어보면 이런 식으로는 이야기하지 않을 것 같은데 싶은 곳이 많다), 쓸데없이 긴 묘사와 과장된 비유가 많은 것도 거슬린다.

[숲으로 간 고양이]
134쪽 이후(호랑이 등장…)는 쓸데없는 사족. 뭔가 감동적으로 얘기를 끝맺고 싶은 작가의 욕심(강박관념?)이 글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
두 번 읽었는데도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난 이런 책이 제일 싫은데… -_-+

[제발 나랑 짝이 되어 줘 (이슬비 이야기 3)]
꼭 TV에서 하는 아이들용 드라마 한 편을 본 느낌이다. 아이들은 이런 얘기를 재미있어 하는데 나만 유치한 느낌을 받는 건가?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가면서까지 읽히고 싶진 않다.
삽화를 만화 형식으로 만들었는데, 계속 만화로만 눈이 간다. 차라리 만화로 만드느니만 못하지 않을까.

[푸른 개 장발]
장발은 누렁이 어미개한테서 태어났지만 검푸른 삽살개 모양새를 한 강아지다. 어느 날 개도둑이 어미와 형제들을 몽땅 훔쳐가고, 우연히만난 하얀 개하고의 사이에서 낳은 새끼들도 뿔뿔이 다른 곳으로 팔려가는 등 장발은 계속해서 자기 핏줄과 헤어지는 슬픔을 겪으면서도 결코 절망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간다. 장발의 한평생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만남과 헤어짐, 아끼는 마음과 미워하는 마음, 삶과 죽음 등 여러가지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모처 추천사에 썼지만, 맨 마지막 문장은 그냥 어쩔 수 없이 쓴 것이고;;; 사실은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는 책이다.
주인공 장발은 물론이고, 주인격인 목청씨나 옆집 늙은 고양이, 씨암탉 시누님 등 등장인물/동물들은 하나같이 공감이 가질 않고, 글쓴이가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 (아니면 너무 뻔하든지)

외국창작 동화

[여자 아이, 클로딘]
읽는 내내, 어쩐지 버석거리던 그런 느낌을 준 책.
작가는 무척이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보다. 읽으면서 깊게 와 닿았던(아마도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그럴) 몇몇 구절이 있었는데, 그것이 주인공 클로딘의 말로 생생하게 살아서 다가오기보다는, 작가의 말이 그대로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어서 많이 아쉬웠다.

[우리 아빠는 백수건달]
술에 노름에 폭력까지 휘두르는 아빠 이야기를 아이의 입을 통해 담담하게 그려냈다. 그 담담한 느낌이 아이의 슬픔과 고민을 더 잘 전해준다. 구제할 길 없는 것처럼 보이는 아빠지만 그런 아빠라고 해도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도 사랑하는 아빠라는 것을 계속 확인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에 공감이 간다.

[이안의 산책 : 자폐아 이야기]
보통 아이들과는 다른 반응, 다른 행동을 하는 자폐아 동생이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칠까 고민하고 창피함도 느끼지만, 그런 동생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하며 아끼는 누나를 그렸다.

[책 속의 이야기 책 밖의 이야기]
여러 동화와 옛이야기의 등장인물을 짜맞춰서 새로운 이야기에 집어넣은 발상은 재미있지만, 얘기 자체가 그리 흥미롭지도 않고 외국의 옛이야기/동화 인물이 줄줄 나오는 책을 굳이 우리 아이들에게 읽혀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책을 많이 대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아예 이해할 수 없는 책이기도 하고.

역사/인물

[나는 당당하게 살리라]
‘한국사를 뒤흔든 여성들’이라는 부제 아래, 평강 공주, 선덕 여왕, 허난설헌, 김만덕, 박에스터 다섯 명의 이야기를 실었다.
선덕 여왕이나 허난설헌은 기존에 많이 알려진 이야기 중심이라서 그다지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고, 평강 공주의 경우에는 글쓴이의 상상에 의한 부분이 많아서 거슬린다.

[밥보다 만화가 더 좋아]
인물 이야기라면 그 인물이 생생하게 느껴져야 하는데, 다 읽고 나서도 ‘박재동’이라는 사람이 한 일 말고는 그 사람을 잘 모르겠다.

기타

[복주머니랑 그네랑 신나는 명절 이야기 (옛 물건으로 만나는 우리문화 02: 명절)]
1편 음식 이야기에 이어서, 이번에는 여러가지 물건에 얽힌 명절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1편보다는 재미가 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