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letant의 제.멋.대.로 쓰는 이야기

※ 자세한 서지는 [책 이야기]-[내가 읽은 책] 카테고리 참조.

외국창작 그림책

[곰돌이 쿠]
친구가 가진 곰인형이 너무나 마음에 드는데, 막상 친구는 다른 곰인형이 생겨서 그 인형을 점점 거들떠보지도 않게 된다.
평범한 이야기지만, 요맘때 아이들이 인형과 친구를 두고 벌이는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잘 나타나 있다.

[구멍이 슈~웅]
1908년에 나온 책인데 ‘이야기와 디자인이 이상적으로 결합된 고전’이란다.
아이가 총을 가지고 놀다가 잘못해서 총알이 발사됐는데 그 총알이 날아가면서 여러가지를 깨뜨리고 꿰뚫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나온 지가 백 년 가까운 책이니 옛날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림은 그렇다치고, 장마다 진짜로 뚫려있는 구멍을 따라가며 다음에는 무슨 일이 생겼을까 생각해 보는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런 책까지?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등장 인물 하나하나에 이름이 붙어있어서 그 이름이 원글에서는 운율이나 속뜻이 있어서(추측이고 확인은 못함;) 그 지역 아이들에게는 재미를 더해주는 장치가 되는 것 같은데, 우리에게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그냥 ‘여자아이가’ 했으면 넘어갈 것을 ‘수우’니 ‘마벨 던’이니 하는 이름이 나오면 ‘응? 그게 누구지?’ 하고 한 박자 꼭 걸리게 된다.
날아가는 물건이 총알이니만큼 몇 군데에서 좀 위험해 보이거나 마음에 걸리는 장면도 있고…….
그리고 너무 장수가 많다. 분량이 지금보다 2/3 정도 됐으면 재미있게 끝났을 것을 너무 길어지니 아직도 남았나 싶어 지겨웠다.
여러모로 마음에 걸리는 점이 많은 책.

[난 꼬마 토끼가 아니야!]
언제나 남들이 이름 대신 ‘우리 꼬마 토끼’라고 불러서 화가 난 꼬마 토끼 장이 일부러 심술을 부리다가 감옥까지 가게 되고 거기서 친구를 만난다는 이야기.
독특한 그림체가 눈에 띄지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모그야, 잘 가]
고양이 “모그” 시리즈를 다 본 후 읽었으면 조금 느낌이 깊었을 듯. 이 책 한 권만으로는 모그와 가족들이 맺고 있는 끈끈한 관계가 별로 안 느껴져서 그저 그랬다.

[빨간 목도리 가져가세요!]
글 없는 그림책.
택시기사인 쥐돌이가 손님이 차 안에 놓고 간 빨간 목도리를 주인한테 돌려주려고 뒤쫓아가면서 겪는 모험(까지는 아니지만…) 이야기.
내용은 특별할 것 없고 중반 정도까지는 약간 지루한 감도 있었지만 끝에 마술사가 등장하면서 쥐돌이도 어느새 서커스단 속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장면은 재미있었다.

[작은 사람]
분량도 상당히 많고 내용도 어려워서 초등학교 고학년은 되어야 할 듯.
‘나랑 다르게 보이고 느껴지는 남’에 대해서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사실 어느 날 갑자기 뜬금없이 나타나서 이렇게도 당당하게 요구를 하는 작은 사람이 신기하게도 느껴졌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한 군데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떠돌며 살아야 하는 작은 사람에게는 그것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수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은 사람의 존재를 보이는 그대로 인정해 주기보다는 자기와 다르다는 것을 계속 확인하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틀에 맞춰서 규정지으려는 존의 태도가 우리들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

외국창작 동화

[꼬마 모모 (모모네집 이야기 1)]
이야기 내용(모모가 태어나서부터 서너 살이 될 때까지의 이야기)으로 봐서는 유아 대상, 하지만 책 두께로는 초등 저학년용이다. 아마 부모들이 읽어주는 책인 것 같다.
짧은 이야기 여러 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다지 읽는 재미를 느끼지는 못하겠다. TV 만화 한 회 한 회분을 보는 듯한 느낌. 영상물이었다면 아마 재미있었을 것 같다.

[티나와 티미가 소풍을 가요]
초등학교 아이들이 소풍 가서 벌어지는 평범한 이야기.

과학/환경

[다 콩이야]
리듬감을 살린 글을 읽는 재미도 있었고 그림도 이것저것 찾아보는 재미가 있어서 잘 읽었다. 문제는 과학책이 아니라 그냥 우리 창작이라 생각하면 충분하다 싶은데,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책]에 대한 선입견(내지는 무식;)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아이들에게 지식을 주기 위한 책이라면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든다.

기타

[나무 공예]
책에 실린 물건들 중에서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 본 적 있는 것보다는 몰랐던 것이 더 많았지만, 새로운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물건이 자리했던 곳을 기준으로 묶어놓아서 읽다보면 옛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글도 비교적 알기 쉽게 써 있다. 아이들이 먼저 사달라고 조를만한 책은 아니지만 곁에 두고, 또는 도서관에서 기회가 있을 때 뒤적이면서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초등학생을 위한 오케스트라의 모든 것 (북오디세이 시리즈)]
오케스트라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구성이 변했고, 악기는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책.

청소년/ 기타

[새장 안에서도 새들은 노래한다]
앞부분을 읽은지 오래 되어서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으며 나머지를 읽었다.
옮긴이의 말처럼 ‘훌륭한 일을 하는 고상한 영웅’이 등장하는 글이 아니어서 더 이야기가 마음에 다가왔던 것 같다.
아이들과 어른들 사이의 의사소통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고, 아이들이 각자 마음 속에 쌓아두고 있을, 자기와 어른들과 세상에 대해서 하고 싶을 이야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고. 또 학교 안의 폭력 조직을 뿌리뽑겠다며 학교에 경찰을 상주시키겠다는 어느 나라 생각도 나고… 읽는 내내 여러가지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