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letant의 제.멋.대.로 쓰는 이야기

# 들려준 이야기
- 해와 달이 된 남매, 한국구전설화 , 임석재 엮음, 평민사.
- 콩쥐 팥쥐, 한국구전설화 , 임석재 엮음, 평민사.
- 신데렐라, 그림형제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집 1 , 김열규 옮김, 춘추사.

# 이야기 들은 사람 : 여섯 살 여자아이

# 해와 달이 된 남매

해와 달이 된 남매는 전에도 얘기해 준 적이 있었고, 아이는 그 때와 마찬가지로 재미있게 들었다. 지난번에는 대충 줄거리만 기억했다가 책을 덮고 짧게 들려줬지만(실은 다 읽어주기가 귀찮아서) 이번에는 사투리만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을만한 말로 고쳐서 읽어줬다.

어머니가 호랑이에게 팔을 떼어주는 장면이나 호랑이가 아기 손가락을 오빠에게 던져주는 장면에서 아이가 끔찍해 하지는 않을까 했었는데, 내 생각과는 달리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듣고 있었다. 그 대신 앞부분에서 호랑이가 어머니에게 치마, 저고리, 속곳을 차례로 달라고 하는 곳에서 옷을 그렇게 다 뺏어 가면 발가벗고 가란 말이야? 라면서 화를 내는 아이를 보면서 재미있기도 하고 어른 생각과는 정말 다르구나 싶었다.

이야기 중에서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곳은 중간에 아이들이 호랑이에게서 도망치려고 똥마렵다고 핑계 대는 곳과 마지막에 호랑이가 떨어져 죽는 곳, 그리고 특이하게도 남자아이가 달이 되었다는 대목이었다.

이 또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도 똥, 오줌 얘기만 나오면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야기 속 아이들이 도망치려고 대는 핑계가 똥마렵다 라니! 정말 아이들다운 생각이기도 하려니와 계속 긴장하면서 듣던 사람들이 한번 웃게 되는 곳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점점 나무 위로 올라오는 호랑이에게 아이들이 잡힐까봐 조마조마하다가 아이들은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고, 호랑이는 떨어져 죽는 장면에서 아주 신나했다. 여기가 재미있어? 했더니 아이의 말인즉, 못된 짓만 자꾸 하더니, 그래서 죽은 거야. 란다.

이야기 제일 마지막에 남자아이는 달이 되었다는 말에서 아이는 지난번 추석 때 보름달을 봤던 얘기를 하면서 그 때 달에 얼굴 있었잖아. 그럼 그게 이 오빠 얼굴이겠네. 한다. 달을 자세히 보면 희미하게 사람 얼굴 비슷하게 그림자가 보이는걸 가르쳐 줬더니 신기해하던 아이는 얼른 그 생각을 해냈나 보다.

# 콩쥐 팔쥐

콩쥐 팥쥐나 신데렐라는 이번에 처음 들려주는 이야기였다. 물론 어린이집이나 TV에서 보긴 했겠지만, 굳이 책을 주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콩쥐 팥쥐는 꽤 긴 이야기였는데도 지루하다는 소리 없이 듣고 있었다. 아이는 콩쥐가 소 밑구멍에 손을 넣어 과자를 꺼내는 장면을 좋아했다. 왜 재미있냐고 했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과자랑 사탕이 나오니까 그렇지. 란다. 팥쥐가 손을 넣었다가 빼지 못하고 끌려 다닐 적에는 왜? 한꺼번에 너무 많이 꺼낼려고 해서 그렇지? 조금 꺼내먹고 또 꺼내고 하면 되는데. 하면서 이야기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또 결혼한 콩쥐에게 팥쥐가 찾아와서 들고있는 팥죽이 뜨겁다고 빨리 문 열라고 야단하는 것, 목에 때가 있다고 하면서 씻으러 가자고 하는 것도 무척 재미있어 했다.

앞 이야기(해와 달이 된 남매)보다는 몰두하는 정도가 좀 덜했는데, 아마도 이야기가 길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죽 이어지지 못하고 군데군데 재미있는 부분만 귀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 신데델라

신데델라를 읽어줄 때는 우리 나라 옛이야기 두 편과는 아주 다른 반응을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끝까지 읽어주지도 못했다. 한마디로 재미가 없다는 거다!

처음에는 신데렐라가 파티에 가려고 하는 데까지 읽었는데 아이가 영 심드렁해 하면서 고만 읽으란다. 너무 재미가 없다나. 첫머리에서 신데렐라 엄마가 죽는 것도 슬퍼서 싫고, 신데렐라 이야기인데 신데렐라는 잘 나오지도 않고 재미없는 이야기만 계속 나온단다.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 같기도 했다. 또 바로 전날 TV 어린이 프로에서 신데델라 만화를 본 게 오히려 세부 묘사가 자세히 나오는 이야기를 지겹게 느낀 원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제 또다시 시도를 했다. 신데렐라 읽어준다고 하니 그 얘기 말고 다른 얘기 읽어달라고 한다. 그래서 앞 얘기가 듣기 싫으면 지난번 읽은 데 말고 그 다음부터 읽어준다고 했다. 파티에서 사흘 동안 왕자를 만나고 신발을 떨어뜨리고 온 장면까지는 잘 듣더니, 언니들이 신발 임자인 척 하면서 발가락이나 뒤꿈치를 칼로 자르고 억지로 신발을 신는 장면에서 끔직해서 싫다고 도리질을 친다. 하긴 그냥 발을 자르는 것도 아니고 피가 줄줄 흐른다느니 양말이 새빨갛게 물들었다느니 하는 표현은 어른인 나도 끔찍하게 들렸다. 어쩔 수 없이 그만 읽었다.

아이가 신데렐라 이야기를 싫어하는 까닭, 이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떤 옛이야기가 좋은 이야기인지, 왜 서양 이야기보다 우리 나라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줘야 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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