뎡만님 블로그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원래부터 제가 설문에 답하는 거나 혈액형, 별자리부터 시작해서 (특히나 일본에 많은) 온갖 생일점 해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한답니다. ^^ 그걸 전부 블로그에 끌고 들어오기는 좀 그래서 자제하고 있지만, 책에 관련된 문답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군요.
이번 것도 아는 분 댁에 놀러갔다가 알게 된 겁니다. 좀 늦었어요.
1. 책상에 늘 꽂아두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요 2~3년 동안 책상에 늘 꽂아두었던 책은 각종 일본어 교재들이지만, 내 책상은 ‘책 보관대’ 로 변신한 지 오래 되었으므로 무효. (그 책상 앞에 앉는 건 1년에 며칠 안 된다… ^^;;;)
특별히 정해진 책은 없고, 그때 그때 읽는 책을 침대 옆 서랍장 위랑 식탁 위, 컴퓨터 책상 위에 쌓.아.둔.다. 주로 일본 소설 원서.
2. 어쨌든 서점에서 눈에 뜨이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종류의 책들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내가 관심 있는 쪽(…)의 일본 원서.
아무래도 구하기가 힘드니까 있으면 사게 된다.
3.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우선은 <한국 현대사 산책> 70년대편과 80년대편.
내가 자라오면서 어렴풋이 듣고 봤던 것들이 사실은 그 뒷편에 얼마나 많은 것을 숨기고 있었는지, 예전에 벌써 알았던 것과 처음 알게 된 많은 사실을 다시 한 번 짚어보면서 한숨이 났다. 아직도 우리가 갈 길은 멀고도 멀구나 하는 느낌.
그리고 얼마 전에 읽은 <적의 신문 赤の神紋>이 역시 기억에 남는다.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든 책이라서 얘기도 많이 들었고 대충의 줄거리도 알고 있었는데, 다른 소설 완결난 다음에 읽겠다고 몇 년을 그냥 묵혀두었다. 그 다른 소설의 마지막 권이 드디어 나오긴 했는데 차마 못 읽고 있는 상태라 이 책을 읽을 생각이 들었다.
씹어보라고 하면 씹을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도 이렇게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는 게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열정 넘치는 주인공들과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 얘기가 한몫했지만. 열 권 남짓한 책을 휩쓸려가듯 단숨에(라고 해도 40여일이지만;) 읽어버린 것도 오랜만이어서 즐거웠다.
그밖에 <또 하나의 문>과 <입술의 봉인>도 주인공에 감정이입해서 절절하게 읽은 책이다.
4. 인생에서 가장 먼저 '이 책이 마음에 든다'고 느꼈던 때가 언제인가? 그리고 그 책은 무엇이었는가?
어렸을 때라서 정확히 몇 살 때인지는 기억을 못하는데, 아마 국민학교 1학년을 앞뒤로 둔 때쯤인 것 같다. 세계명작동화전집 속에 들어있는 <작은 아씨들>을 참 좋아했다.
5.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뭐라고 쓸까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나란 사람은 책을 이렇게 즐겨 읽으면서도 의외로 거기에 영향을 많이 받진 않는 것 같다.
그래도 굳이 골라본다면 내 생각의 방향을 틀어준 <마음가는대로 해라>. (오른쪽 “책 이야기” 속 ‘책 이야기’ 카테고리에 있는 “내게 새로운 길을 알려준 책 세 권” 을 참조하시라. ^^)
그리고 나의 관심사와 요 몇 년 동안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불꽃의 미라쥬>.
6. 단 한 권의 책으로 1년을 버텨야 한다면 어떤 책을 고르겠는가?
단 한 권이라니 너무 잔혹한 얘기다…;;;
시리즈 하나를 가지고 가면 안 될런지. 그렇다면 당연히 미라쥬를 챙긴다.
정말로 한 권 밖에 허용이 안 된다면……
도저히 못 고르겠다.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련다. ㅠ_ㅠ
7. 책이 나오는 족족 다 사들일 만큼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가?
아무리 마음에 들던 사람이라도 한 번 실망하면 손 딱 떼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의외로 그런 작가가 거의 없다. 지금으로서는 구와바라 미즈나 님밖에 없는 듯. (저쪽 세계에서는 란모님, 스모님. ^^;;)
8. 언젠가는 꼭 읽고 싶은데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성경 전서.
예전에 어떤 사람이 성경을 세 번 통독하고 나서는 더 이상 버틸 근거가 없어서 기독교에 귀의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9. 헌책방 사냥을 즐기는가, 아니면 새 책 특유의 반들반들한 질감과 향기를 즐기는 편인가?
읽고 싶은 책이라면 새 책, 헌 책을 가리지는 않지만 역시 새 책의 그 느낌이 좋다.
10. 시를 읽는가? 시집을 사는가? 어느 시인을 가장 좋아하는가?
옛날에 읽었다. 그리고 옛날에는 샀던 적도 있다. 원래 시를 별로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시와 멀어진 지 너무 오래 되었기 때문에 좋아하는 시인 같은 건 없다.
11. 책을 읽기 가장 좋은 때와 장소를 시뮬레이션한다면?
책만 손에 있다면 특별히 가리는 때와 장소는 없다. 하지만 집 안에서는 의외로 신경을 분산시키는 게 많아서 (특히나 나 말고 다른 식구들이 있을 때라면) 집 밖에 혼자 다니며 책 읽는 게 더 나을 때가 많다. 어딜 가든 책 한 권은 꼭 들고 다니기 때문에 지하철 속이나 짬짬이 나는 시간을 이용해서 많이 읽는다.
12. 혼자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주말 오후를 보낼 수 있는 까페를 한 군데 추천해 보시라.
[혼자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주말 오후를], 그것도 집 밖에서 [보낼 수 있는] 처지가 전혀 못 되므로 그런 까페를 알 턱이 없다. ㅠ_ㅠ
13. 책을 읽을 때 음악을 듣는 편인가? 주로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는가?
안 듣는다.
워낙 주의가 산만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음악이 나오면 곧바로 그쪽으로 주의가 쏠리기 때문에, 평소에도 그냥 설렁설렁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집안일을 할 때 빼고는 음악을 틀어놓지 않는 편이다.
14. 화장실에 책을 가지고 들어가는가? 어떤 책을 갖고 가는가?
그 순간 손에 잡고 있던 책 내지는 읽다가 덮어둔 책.
그런데 사실 버릇처럼 들고 가는 거지, 들어가면 순식간에 임무 끝(;;;)이기 때문에 막상 몇 줄 못 읽는다. ^^;;;
15. 혼자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가? 그런 때 고르는 책은 무엇인가?
14번과 비슷하지만, 만화책보다는 소설책을 읽는다. 밥 먹으면서 책 보기도 바쁜데 만화책은 계속 책장을 넘겨야 해서 귀찮다. 라면 같은 1급 주의보를 발령해야 하는 음식을 먹을 때는 티슈통으로 방벽을 치고 그 뒤에서 책 펴고 본다. 가끔씩 이 무슨 궁상인가 싶기도 하지만 활자 중독자의 팔자려니 한다. ㅠ_ㅠ
16. 지금 내게는 없지만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삿포로의 휴일> 2, 3권.
몇 년 전에 교보에 주문 넣었을 때부터 절판이어서 구하지 못하다가, 다른 중고책 사면서 4권을 손에 넣었고 일본에 갔을 때 북오프에서 1권을 찾아냈다. 나머지 두 권도 인연이 있으면 내 손에 들어오겠거니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사실 손에 넣고 싶은 책이야 어디 한두 가지겠는가…….
17. e-book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book이 종이책을 밀어낼 것이라고 보는가?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e-book에 전혀 관심 없다.
내가 책읽기를 좋아하는 건 책의 내용을 읽고 겪는 여러가지 간접 경험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원하는 곳 아무데서나 한 장 한 장 종이를 넘겨가는 그 행위와 그러면서 보내는 시간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전이라든가 참고자료 정도는 e-book으로 봐도 괜찮겠지만, 내 취미생활로써의 책읽기에는 e-book을 들일 생각이 전혀 없다.
지구상에서 종이를 만들 나무가 싹 사라지기 전에는 e-book이 종이책을 밀어낼 날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나무가 없어져도 종이를 그리워하는 무리들(나 같은)은 포기하지 않고 종이 대체품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18.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원칙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원칙을 세워본 적은 많지만 (한 번에 한 권씩만 읽자, 찬찬히 새겨가며 읽자 등등) 제대로 지킬 때가 없어서 그냥 손 놨다.
남들이 좋다는 책에 연연하지 말고 내가 즐거울 수 있는 책을 읽자는 것 정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