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요님 블로그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아는 분 블로그에 들렀다가 발견한 문답.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했다~ ^^
1. 서점에 자주 가십니까?
일부러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서점 근처를 지나게 되면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치는 참새’ 의 마음을 절절하게 느끼면서 들르곤 한다.
2. 책을 보고 싶을 때는 어떤 방법을 씁니까? (친구에게 빌림, 도서관, 서점 구입, 인터넷서점 구입, 기타등등)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책(…) 말고는 남한테 빌려서 읽는 책은 별로 없다. 대부분 직접 사고, 가끔은 집 앞 공공도서관을 이용한다.
2~3년 전까지는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득달같이 사다가 쟁여놓는 것이 취미였는데, 순간적인 판단으로 사고나서 후회하는 책도 많아지고 집에 읽은 책보다 안 읽은 책이 더 많아진 순간부터 왠만하면 책 사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고 쓰고나서 지금 이 상태가 자제하는 건지 잠시 생각해 봤다…). 읽고싶은 신간이 생겼을 때는 우선 도서관에 구입 신청을 해서 읽어보고 사려고 하지만, 문제는 만화책과 모 분야 책 말고는 요즘 거의 읽지를 않는다는 것.
만화책의 경우에는 ‘무조건 사는’ 작가- 별로 없다. 교정님이랑 요시나가 후미 정도? - 말고는 우선 대여점에서 빌려 본 다음에 빌린 책을 갖다주기가 너무나 싫어지는 책만 산다. (……여기서 대여점의 폐해를 들이대지는 말아주시길. 잘 알고 있다. ㅠ_ㅠ)
3. 거주지 근처의 서점이 당신이 찾고자 하는 서적을 잘 구비하는 것 같습니까?
집 가까운 데 서점이라면 옆단지에 전형적인 동네 서점이 하나 있고, 걸어서 15분 거리에 대형 서점이 들어와 있다. 책 구비면에서 둘 다 만족도는 별로. 대형 서점 쪽은 책이 없는 건 아닌데, 내가 찾는 책이 미묘하게 없을 때가 종종 있어서 점수 팍 깎였다.
4. 직접 서점에 가는 것과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는 것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하십니까?
서점에 들렀을 때면 그때 그때 동하는 책을 한두 권씩 사오기는 하지만, 대부분 인터넷 서점에서 사는 편이다. 내 책에 딸내미 책까지 사 대려니 책값을 무시할 수가 없다.
5. 가장 좋아하는 or 자주가는 서점은 어디의 무슨 서점입니까? (그 이유도)
가장 자주 가는 서점은 광화문 교보문고. 우선은 책이 많고- 특히나 일본 원서 매장도 크고- 집에서 마을버스 5분에 지하철 25분이면 갈 수 있어서 편하기도 하다. 위치상 그 근처에 나갈 일도 많고.
사실 교보문고의 분위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나 사람들이 버글대는 곳이라, 조금만 사람들 많은 데 가면 기운이 쭉쭉 빠지는 나로서는 감당하기가 좀 힘들다.
6. 그 서점이 만약 당신의 것이라고 상상해 본다면?
…… ^^+++
우선 그 안에 있는 문구 매장이랑 음반 매장부터 당장 없애버리겠다. 물론 서점 나간 김에 문구도 사고 음반도 사는 편리함은 있지만, 그 두 매장이 커진 다음부터 얼마나 서점 안이 정신없어졌는지 모른다. 특히나 음악 좀 왕왕 틀어놓지 말란 말이닷!!! 통로에 매대 수십 개 늘어놓고 물건 팔지 말고!!!
그리고나서 어린이 책 매장의 베스트셀러 전시대를 몽땅 없애겠다.
서점은 ‘책 파는 곳’ 이고, 장사하는 곳에서 잘 팔리는 책을 더 많이 팔고 싶은그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지만 아직 도서관이 엄청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대형 서점들 정도는 책을 ‘팔기만’ 하지 말고 ‘좋은 책을 권하는’ 역할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린이 책 매장에 갈 때마다 안 읽어도 되는, 아니 절대로 읽지 말라고 말리고 싶은 책들이 ‘베스트셀러’ 라는 명목 아래 좌르륵 늘어서 있고, 그 앞에서 아이들이 코 박고 읽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어찌나 마음이 씁쓸한지.
7. 서점에 대해서 불만 사항이 있다면?
위에 쓴 것처럼 ‘여기는 책 파는 곳이요~’ 외치는 분위기의 서점에는 역시 정이 안 간다.
8. '서점이 이렇게 되면 좋겠다' 싶은 이상적인(상상적인) 요소들을 자유롭게 손꼽아본다면?
매대와 매대 사이에 편안한 의자가 많이 놓여있어서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으면 하는 정도.
다른 분들의 글을 읽고 생각난 건데 [다른 데서 절대 못 구하는 책 몽땅 구해드립니다] 하는 서점이 있다면 행복할텐데 말이다. 물론 책값에 수고료 붙이면 안 되고 그냥 정가로. ^^;;;
9. '이럴 때 정말 서점이 고맙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나요?
서점에 가면 언제나 행복하긴 하지만, 고맙다는 생각까지야….
참~ 몇 년 전에 ㄱ문고에서 처음으로 일본 원서를 주문해서 샀을 때, 그때는 내 돈 내고 사는 건데도 꽤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요즘에야 다른 곳에서도 많이 구할 수 있고, 안 되면 일본 사이트에서 사면 되니까 그런 생각 별로 안 들지만 말이다.
10. '이런 건 서점이라고 할 수 없어!' 라는 생각이 들던 서점이 있었나요?
지금도 그렇겠지만 예전에 친구네 학교 앞에 있던, 참고서와 문제집으로만(!) 꽉꽉 들어찬 제법 큰 서점.
물론 책도 제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는 거겠지만, 적어도 [서점]이라는 간판을 달고서 학습용 교재만 판다는 건 너무하지 않냐 말이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우리 학교가 아니라 굳이 친구네 학교 앞을 들었던 건 딴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 학교 근처는 개발제한 구역으로 묶였던 곳이라 그나마 저런 서점도 없었기 때문이다… -_-a
11. 서점에 가서 찾아도 잘 없는 당신만의 장르가 있다면?
일본 원서. 특히나 어둠의 소설(…). 찾아도 잘 없는 게 아니라 원래 없다. 예전 종로서적이 망하기 전에 가끔 가져다 놓곤 했는데… ^^;;;
하긴 얼마 안 있으면 ㄱ문고에 떠억하니 들어올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저희는 만화 취급하지 않습니다” 운운 하며 [오기 채널] 주문할 때 딴지를 걸더니 (물론 태연자약하게 “이건 만화 아닌데요!!!” 우겨서 무사히 주문했다;), 만화가 돈 되는 거 아니까 요즘에 수북하니 쌓아놓은 걸 보라. 급기야 얼마 전에는 [달과 말리화] 2권 원서가, 랩핑도 라벨도 없이 이따만큼 쌓여있는 걸 보고 기절할 뻔했다….
12. 서점에 가면 어떤 장르/코너를 가장 많이 훑어보십니까?
실은 서점에 가도 정신이 없어서 살 책만 빨리빨리 사고 돌아오는 편이지만 가장 잘 가는 교보 문고를 예로 들어보면.
5호선 역 입구랑 가장 가까이 있는 일본 서적 매장을 우선 한 바퀴 둘러봐 주고 어린이책 매장으로 건너가서 신간이나 베스트셀러, 추천책 전시대를 훑어본다. 그리고 일본어 교재 매장과 사회과학책 매장(주로 역사나 여성학 쪽)을 한 번씩 둘러본다. 나머지는 그때그때 마음 가는대로.
13. 보고 싶은데 남의 이목이 신경쓰여 주저되는 장르/코너가 있다면?
아직까지는 타고난 둔함과 뻔뻔함으로 그다지 옆 사람 신경 안 쓰고 보고픈 거 빼 봤던 것 같다. 어차피 그 정도로 신경 쓸 책은 공공 장소에 별로 없으니까 뭐.
14. '이 장르/코너가 아주 크게 번성했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이 있습니까?
……아무 생각 없다.
15. 헌책방을 이용하십니까?
가끔씩 헌책방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한 번 가 볼까 하는 마음은 생기지만, 귀차니즘의 압박 탓으로 아직까지 찾아가 본 적은 없다.
그대신 만화책은 중고를 즐겨산다. 인터넷 만화 헌책방은 딱 한 번 샀다가 대여점용 꼬깃꼬깃한 책이 오는 바람에 다시는 주문 안 하고, 옥션이나 동호회 게시판을 주로 이용한다. 만화책, 특히 순정만화책 주인들은 책을 굉장히 아껴가며 보는 편이어서 거의 새 것 같은 책을 반값 정도에 손에 넣은 적이 많았다. 가지고 있는 책 중에서 불의 검, 비천무, 헬무트를 비롯해서 사이퍼, 달의 아이, 팜, 바나나피쉬, 슬램덩크까지 모두 이렇게 산 책이다. 사실 일본책은 안 미안한데, 우리나라 작가분들께는 많이 죄송하다. 팍팍 사 드려야 하는데 말이다. 그나마 교정님 책은 워낙 절판이 잘 되어서 그런다고 스스로 위안하긴 하지만.
헌책방 얘기가 나오면 자동적으로 생각나는 게 일본의 북오프(BOOK-OFF).
재작년에 북오프 하라주쿠 점을 처음 들렀을 때의 그 감동이 잊혀지지 않는다. 헌책방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하며,책꽂이에 주루룩 늘어선 그 책들이라니. 새 것과 다름없는 만화책, 소설책을 100엔에 집어올 때의 그 기분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다!!! >_<
램프의 요정이 일본에서 딱 하나만 훔쳐다 준다고 하면 주저없이 북오프를 고르련다.
16. 서점에서 발견한 가장 희귀한/뜻밖인 책이라 할만한 게 있다면?
……그런 거 기억 못한다. ㅠ_ㅠ
17. 마일리지를 쌓아서 나중에 한 권 공짜로 사는 게 좋다 or 책 가격을 깎아주는 쪽이 좋다?
양쪽 다 좋지만, 역시 당장 지갑에서 나가는 돈을 줄여주는 쪽이 더 좋다. ^^
18. 당신이 생각하는 인터넷 서점의 장단점은 무엇입니까?
장점이라면 우선 일부러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니까 편하고, 언제든 생각날 때 주문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비싼 책값 깎아주니까 그 점도 고맙다.
단점이라면 언제든 생각날 때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순간의 충동에 못 이겨서 확인 절차 없이 주문해 놓고서는 후회하게 되는 점이랄까. 책 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서 가끔 부실한 책이 오는 것도 그렇고. 항의하면 곧장 교환해 주긴 하지만 여러모로 번거롭다.
19. 서점에서 인상깊었던 모습의 사람이 있었다면? (꼴불견이거나, 멋있어보였거나)
평일에도 그렇지만 주말이나 방학 때면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는 ㄱ문고 어린이책 코너.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걸리거나 말거나 꿋꿋하게 통로에 아이를 데리고 앉아서 큰 목소리로 책 읽어주는 엄마들.
‘그렇게 자식 교육에 정성을 들이고 싶으시면, 우선은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모범부터 보여주시지요?’ 하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소심한 나, 그냥 조용히 돌아섰다…
20. 서점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나 서점에 관한 자유연상 하나 털어놔 보십시오.
옛날옛적(…) 중학교 다닐 적에 친구랑 곧잘 다니던 동네 서점이 하나 있었다. 언덕 위에 있던 우리집에서 언덕을 내려가서 또 언덕을 하나 넘어가야 하는 곳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주위에 공공 도서관은 고사하고 학교에 도서실조차 없던 시절. 게다가 사고 싶은 책을 다 산다는 건 꿈도 못 꾸던 때라서, 가끔씩 참고서 사는 걸 빙자해서 서점에 들르는 그 시간이 얼마나 즐겁던지. 서점 아저씨하고도 서서히 안면을 터서 잡지 부록 남은 것도 주시곤 하게 된 후로는 책을 안 사고도 종종 서점에 들르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저씨가 지나가는 말처럼 싫은 소리를 한 마디 하셨던 것 같다. 대놓고 한 말도 아니어서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어쨌든 서점은 책 읽으러 오는 데가 아니라는 얘기가 하고 싶으신 거였다. 그 이후로 다시는 거기 가지 않았던 것 같다. 적어도 책 읽으러는.
지금 생각하면 큰 서점도 아닌 동네 조그만 서점에 와서 책을 사지도 않으면서 읽고만 가는 학생이 이쁘게만 보였을 리가 없었겠지만, 그래도 꼭 그 말을 하셨어야 했는지. 그 아저씨는 한 마디 말 때문에 무척이나 충성도 높은 손님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