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김번 님의 '정적인 투표 독려 에세이'
그분 블로그에는 12월 8일에 올라왔던데
딴 분 소개로 이제야 보고 링크한다.
이거 보고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맞다.
내가 선거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그땐 아직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을 수 없는 시대였다.
그 선거권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가.
난 비겁하고 게을러서 그저 뒤에서 멀뚱멀뚱 서 있던 방관자 중의 하나였지만
(아니 오히려 어느 때는 저 사람들 왜 저러나 하고 차갑게 보기도 했지...)
그래서 평생 부채의식을 지니고 산다.
적어도 내게 주어진 권리이자 의무가 얼마나 소중한 건지 늘 기억하려고 애쓴다.
아까 집에서 11시 조금 못 되어 나오면서 투표소에 들렀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우리 동네 투표소에 줄이 늘어서다니!
여기 이사온 지 6년이 되었는데 그간 있었던 대선, 총선, 교육감선거...
이런 모습 처음 봤다.
20분 넘게 기다리면서도 춥지 않았다.
기온은 낮았지만 파랗게 맑은 하늘을 보니 왠지 가슴이 벅찼달까.
우리 딸내미만 한 남학생 둘이 안내 자원봉사를 한다고 서 있는데
이 추운 날 별 생각 없이 나왔는지
옷도 얇고 장갑도 없이 추워서 어쩔 줄을 모르더라.
양쪽 손에 하나씩 쥐어주고 싶었지만
옆 편의점에는 손난로가 딱 두 개밖에 없어서
그거라도 쓰라고 건네주고 얼른 줄행랑쳤다;;;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겠지.
부디 제대로 된 지도자가 뽑힐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