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부활 판공성사를 봤다.
매번 그렇듯이 성사표 받고 나서도 미루고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다가;;;
결국 본당 판공 일정을 놓쳐서 가장 늦게까지 판공성사를 하는 명동성당까지 다녀왔다.
명동도 어제까지였으니 결국 마지막 날 간 셈.
(마감 직전까지 끄는 버릇은 여기서도 여전...)

명동성당에서 고해성사를 본 적은 없지만 전해 듣기로는 언제나 사람이 많다고 해서
어제는 한두 시간쯤 기다릴 각오를 하고 갔는데
다행히 30분만에 고해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작년에 견진 받고 나서도, 아니 견진 받은 후에 더 불성실해져서
정말 주일미사에 발도장만 찍고 있기에
성당에 발 들일 때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였는지, 아니면 본당이 아니라서 에라 모르겠다 싶었는지
평소에 고민스럽던 것 몇 가지를 같이 털어놓았다.
교회의 가르침이랄까 규정이랄까, 이런 것에 자꾸 의심이 든다는 것,
교황님이나 추기경님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 등.

신부님은 의심이 드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셨고,
나는 교리라기보다 가톨릭 교회의 보수성, 남녀차별적인 부분 이런 것을 받아들일 수 없고
자꾸 사회를 보는 눈으로 교회도 보게 된다,
그래서 결국 내 마음이 가는 것만 믿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드렸다.

그 후 신부님이 몇 가지 말씀을 해 주셨고
맹목적으로 믿는 것도 결코 좋은 것이 아니란 말씀을 새기며 돌아왔다.
이것도 내 마음에 드는 부분만 깊이 새긴 것일지도 모르지만... ^^;

'천주교 신자'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참 신앙인'이 되는 길은 멀고도 어렵다.
특히 나처럼 세속적이고 현실적이고 의심 많은 사람은 더더욱...

diletant | 2011/04/20 15:13 | 혼자 끄적대기 - 나, 유스티나 | 트랙백 |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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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ary 2011/04/24 13:49 x 아..비슷해요.저도 정추기경님에게 존경심이 생기지 않아서..선교도 그걸 꼭 해야 하나 이러면서,그냥 제멋대로 제맘대로 믿고 있네요.; diletant 2011/04/24 20:01 x istary님/ 지난 번에 어떤 책을 읽었는데 자기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신자를 '카페테리아 신자(...)'라고 한대요. 심각한 얘기일 텐데 그거 보니 제 생각이 나서 안 웃을 수가 없었어요. 어찌 보면 우리가 믿어야 하는 것은 한 가지뿐일 텐데, 나머지가 신앙 생활을 더 힘들게 한다는 생각도 솔직히 많이 들어요. 이름 ::   비밀번호 ::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