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부터 견진교리를 받기 시작했다. 8주 과정을 무사히 마치면 다음 달 20일에 견진성사를 받는다.

사실 세례 받은 지 아직 만 2년도 안 됐고 작년까지는 주일미사만 드리는 선데이 크리스천에 가까웠기에 이렇게 빨리 견진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너무 아는 게 없어서' 미루겠다는 내게 다들 '견진은 신앙이 깊어지고 나서 받는 게 아니라, 견진을 받음으로써 신앙이 굳건해지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무엇보다 사람에게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 내가 선택하고 싶을 때가 아니라 나를 부르실 때 응해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깨달았기에 용기를 냈다.

이번 견진교리의 주제는 '사회교리'(라고 어제 오신 강사 신부님이 알려주셨다 ^^;;).
그리고 소주제는...
- 하느님의 계획과 교회의 사회교리
- 교회의 사회교리 원리들
- 인간과 인권
- 경제생활
- 정치 공동체
- 교육과 문화
- 가정과 생명

얼마 전에 성당에서 사회교리학교 안내지를 보고 나중에 기회 있으면 한번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반가울 수가.

앞으로 8주 동안 교리 열심히 듣고 생각 많이 하고 신앙이 조금이라도 더 깊어지길, 그렇게 도와주시길 기도한다.



+
관계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 이야기.

갑자기 일이 왕창 생겼다.
하나는 '진짜' 일,
또 하나는 자원봉사 비스무레하게 무보수로 자청한 교정 일,
나머지 하나는 남편이 부탁한 교정/윤문 일(*주).

탱자탱자 놀다가 이제 엄청 바쁘겠구나, 일정 잘 조정해야겠네 등등 생각하다가 갑자기 퍼뜩 떠오른 생각.

7월에 공동번역 끝내고 나니 긴장도 풀리고 할 일도 없고(는 아니고 안 하고;) 해서 너무 게을러졌다. 그래서 미사 드릴 때나 생각날 때마다 게으름을 떨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기도를 했다. 이게 그 답이구나!

바깥에서는 날 잘 모르지만, 난 사실 많이 게으르다. 뒹굴거리는 것 좋아하고 사람이나 시간에 치이는 것 싫어하고 수동적인 면이 많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그런 나를 하루 아침에 부지런한 사람으로 탈바꿈시키는 '기적' 대신, 아예 게으르게 굴 시간이 없어지도록 '일 왕창 맡기기'라니 놀라워라. 감탄 또 감탄.

정말 대단하신 그분~!!!


주)
아무래도 우리집 남편네는 나를 '전천후 땜빵용 마누라'로 생각하는(? 써 먹는?;;;) 것 같다.
회사에서 컴퓨터 관련 원서를 직원들 시켜서 번역했는데 우리말 좀 다듬어 줄 수 있냐기에 그러마고 했다. 그러나 어제 받아보고 완전 기절. 번역문만 읽고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나쁜 번역'의 생생한 예랄까... -_-;;

팔자에 없이 영어원서 들고 씨름하게 생겼다. 내가 이쪽 원서 안 본 지가 10년도 훨씬 넘었는데 이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냐고. 나나 자기나 영어실력 밑바닥인 거 뻔히 알면서... OTL

diletant | 2010/10/03 03:42 | 혼자 끄적대기 - 나, 유스티나 | 트랙백 | 댓글(4)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diletant.net/tt/rserver.php?mode=tb&sl=882

istary 2010/10/08 15:34 x 견진 준비하시는군요!!와 축하드려요. diletant 2010/10/08 17:40 x istary님/ 고맙습니다~ 기회 놓치지 않으려고 그냥; 시작했어요. ^^* 꾼 2010/10/13 20:49 x 게으르다고 하시지만.. 그래봐야 제일 더울 때 두 달도 안쉬셨네요... (전 일 하기 좋은 이 계절에~~ ㅜㅜ) 위에있는 주) 를 보고 한 참 생각했어요 ㅎㅎ 글 잼나게 잘 쓰시면서 항상 엄살이세요. diletant 2010/10/14 17:14 x 꾼님/ 공동번역 할 때도 뭐 종일 했겠어요. ^^;; 뭐든지 좀 빠릿빠릿하게 하면 좋으련만, 발등에 불 떨어져야 그나마 힘내는 성격이라 큰일입니다. 자기관리 못 하면 프리랜서 생활 못 한다는데 말이에요. 이름 ::   비밀번호 ::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