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집은 아버지 형제가 워낙 많아서 그런지(9남매 ^^;) 약 2대 1 비율로 개신교와 천주교를 믿는 집이 섞여 있다. 고모님들이나 작은아버님들 댁은 내가 결혼했을 때부터 다들 열심히 교회며 성당을 다니고 계셨다. 할아버님 할머님까지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신 이후라 제사도 이미 안 지내고 있었지.

당시 서울에 계시던 우리 시부모님만 안 다니고 계셨는데 시어머니는 예전 남편이 어렸을 때는 교회를 다니셨다고 들었다. 아마 오랫동안 교회에 안 나가신 건 서울로 올라오고 사는 게 바쁘셔서 그러셨던 모양이다. 몇 년 후에 두 분이 광주로 내려가신 뒤로는 다시 열심히 믿는 신자가 되셨다. 그래서 결국 종교가 없는 채 남은 건 우리 집을 비롯한 남편네 4남매 뿐. ^^;;

다른 친척들이 만나기만 하면 거르지 않고 "교회 나가야지." 권하시는-_-;;; 것과는 달리, 시어머니는 한두 번 지나가는 말처럼 나중에 다니면 좋겠다고만 하셨다. 아마 딸들한테는 조금 더 쎄게 권하신 모양이고.

그래서 나는 우리 시어머니가 무척 쿨하시구나 생각했는데, 내가 세례 받고 처음 만났을 때 그 소식을 전했더니 예상과는 달리 홱 하고 토라지셔서 깜짝 놀랐다. 나보다는 두 시누이가 더 깜짝 놀란 것 같다. "우리 엄마가 이럴 줄 몰랐는데." 그러며 당황했으니까. 시누이들도 나보고는 신경 쓰지 말라고 얘기해 주고, 시어머니도 속으로는 섭섭하셨겠지만 다시 그 얘기를 꺼내시는 일은 없이 평온하게 지냈는데...

작년 추석에 만난 자리에서 작은 시누이가 얼마 전에 세례 받았다는 게 아닌가. 내 세례 소식을 들었을 때도 주위에 친하게 지내는 선생님들(시누이는 초등학교 교사다) 중에 천주교 신자가 많다는 얘기는 했지만, 그 중 한 분이 대모님이 됐단다. 남편도 곧 교리 공부를 시작할 거란 말에 시어머니는 딸까지 교회가 아닌 성당을 다니게 되어서 섭섭하셨겠지만 나는 많이 기뻤다. ^^;;

(여기서부터가 겨우 본론. 나는 왜 언제나 이렇게 서론이 긴 거냐...;;;)
어제 설 가족모임이 있었는데 또 한 번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조카, 그러니까 이제 고등학교 올라가는 작은 시누이네 딸내미가 오늘 세례 받는단다. 오오오~! @_@

중학생들이 으레 그렇듯 엄마 아빠와 사소한 갈등도 많았고, 엄마가 가란다고 갈 나이가 아닌 것을 알기에 슬쩍 "어떻게 성당 나가게 됐어?" 물었더니 그냥 웃기만 한다. "다니니까 좋아?" 했더니 "네, 뭐 좋은 거 같아요." 그러는 녀석이 예뻤다.

온 가족이 다 같이 성당에 다닌다니 좀(보다는 많이) 부럽구나.
언젠가는 우리 집도 그럴 날이 왔으면 좋겠다.

헬레나, 라파엘라, 라파엘의 가정에 평화를 빕니다.
아울러 우리 집에도. ^^

diletant | 2012/01/15 15:42 | 혼자 끄적대기 - 나, 유스티나 | 트랙백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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