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직장·가사·육아 … 안쓰러운 '2030 수퍼맨 아빠'
가끔 이런 기사를 읽으면 속이 뒤집힌다. 정말이지 당신 기자 맞아? 하는 말 밖에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 뭐가 원인이고 뭐가 결과인지 그렇게도 파악이 안 되나.
세상에는 자기가 직접 하지 않아도 돈 들이고 다른 사람을 대신 쓰면 되는 일이 있고, 절대로 그게 안 되는 일이 있는 법이다. 서로 피가 이어졌다고 해서 저절로 가족 관계가 돈독해지고 행복한 가정이 되면 얼마나 간단할까만 그게 아니니까 다들 애쓰고 사는 거지. (게다가 부부는 피도 안 이어졌잖아!!!)
요즘 남자들, 아니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힘든 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 예전처럼 직장 분위기 널럴하지도 않고 다들 치열한 경쟁에, 한국 특유의 직장문화에 치어서 날마다 밤 늦게까지 원하지 않는 술자리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 별로 없을 거다.
그렇지만 가족의 한 사람으로 어울리려면 적어도 최소한의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거다. "난 밖에서 뼈빠지게 일했고 그렇게 번 돈 갖다줬는데 뭘 더 바라냐!!!" 이 말을 방패삼을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다시는 안 올 거라고, 응?
요즘 '아빠노릇'은 ① 설거지와 쓰레기 분리수거 등 집안일을 알아서 처리하면서 ② 아이와 자주 뛰어놀고 ③ 가족과 수시로 대화를 나누는, 3박자를 고루 갖춰야 가능하다.
아니 이런 빌어먹을 비약을 봤나.
1번이야 맞벌이 하는 집이면 당연히 나눠서 하는 거니 그렇게 유세 떨 필요 없고, 맞벌이 아니더라도 하자고 들면 끝없고 안 하자면 거지꼴일망정 개길 수 있는 집안일 특성을 생각해 보면 수많은 집안일 중 머리 안 쓰고 하는 가장 쉬운 일 한두 개 좀 맡아했다고 해서 뭐 그리 억울한가. 남 먹은 그릇에 남이 버린 쓰레기 치우나? 자기 먹고 살면서 나온 일거리잖아. 그리고 어차피 아직까지는 소수를 빼고는 우아하게 '도와주는' 차원으로 생각할 거면서 뭘 그리 펄펄 뛰는지. -_-;;;
그리고 문제는 2번, 3번인데...
아니 저게 무슨 남 좋으라고 하는 일이냐고. 밖에서는 인간관계 유지하려고 수시로 연락하고 경조사 챙기고 술 마시고 골프치러 다니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왜 그리 가족에게는 인색하게 생각을 하나.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가족이라고 공 들이는 것 없이 공짜로 될 리가 없단 말이다. 아이 클 때 안 들여다 보고 가족과 대화없이 살다보면 결국은 기사 앞부분에 나오는 4~50대 아버지의 애환(?!)의 재탕이지 뭐. 단물 빠져서 안 씹다니 참 표현도 저질스러워라.
어린이날이어서 나들이를 하고 비싼 선물 준비했다는 내용이 왜 저기 나오나. 설마 아이들과 어울리는 걸 매번 무슨 이벤트 준비해야 하는 걸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이들하고는 '놀아
주는' 게 아니라 그냥 '같이 노는' 거다. 놀면 아이들만 재미있는 게 아닌데 그것도 해 본 사람이어야 알겠지. 도저히 시간이 없어서 어울릴 짬이 없으면 그렇다는 얘기 정도라도 아이들에게 하라구.
마지막으로...
여자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좋은 아빠, 좋은 남편 되기가 어려운 게 아니라, 아직까지 가정 생활의 중요성을 몰라서(혹은 알지만 모른 척 하고 싶어서) 가정은 제껴두고 한 사람의 시간을 직장에 100% 투자해야 성공적인 직장인인 것처럼 생각하길 요구하는 우리나라 조직문화가 문제인 거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가정이 파탄난 후에야 가정이 잠자고 밥만 먹는 곳이 아님을 알게 될까.
덧글>
기자 블로그가 있길래 들어가 봤다가 후회했다. 그냥 남자 기자가 쓴 기사인 줄 알았을 때보다 입맛이 더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