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letant의 제.멋.대.로 쓰는 이야기

제가 사는 아파트단지에는 길고양이가 많습니다. 그래서 놀이터 옆 넓은 화단에 고양이 아지트 비슷한 곳도 있어요. 저희 아이가 아직 아기였을 때부터 거기 지나가다보면 밥 챙겨주시는 분을 봤으니까 꽤 오래된 서식지죠.

저는 개나 고양이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아주 좋아하지도 않고 그냥 무심한 편이어서 길고양이들을 특별히 눈여겨 본 적이 없어요. 오다가다 만나도 그냥 그런가부다 하며 지나가는 정도죠.

그러다가 지난 겨울에 낚였습니다...;;;
장 보고 돌아오는데 아직 어두워지지도 않았을 시간에 그녀석들이 장바구니를 보더니 갑자기 아주 처량한 소리로 끼웅끼웅 울면서 몰려드는 거예요. 얘들이 배고프구나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목소리여서 빵을 조금 꺼내줬더니 미칠듯이(;;) 먹어치우더군요.

그 이후로 며칠에 한 번씩 밥 남은 거 챙겨서 갖다주곤 하게 됐지요. 날이 춥거나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그녀석들이 걱정되더라구요.
나갈 때마다 만나는 녀석들에게 이름도 붙였구요. 끼웅이(맨처음 우리한테 다가온 놈), 뚱고(뚱뚱하다는 이유에서 붙인 이름. ^^;; 애교 캡인 녀석!! 유일하게 손에서 받아먹음), 분식이(라면만 좋아함), 밥밥이(이놈은 밥만 좋아함;), 덩이(왕엉덩이로 사람도 막 밀어내는 놈...), 헌터(멀리 서서 던져주는 먹을거리만 낚아채서 먹음) 등등.

그러다가 고양이 아끼시는 분들도 만났구요. 주로 고양이 밥 챙겨주다가 핍박받으신 아주머니들이지요. 그 중에는 10년 넘게 계속 챙겨주시는 분도 계세요.

고양이 싫어하는 사람들 많은 것도 알고, 특히나 자기 집 앞에 고양이가 몰려들면 안 좋아하는 것도 알아서 밥 갖다주면서도 언제나 조마조마했는데요. 날이 좀 풀리고 한동안 못 가다가 며칠 전에 가 봤더니, 글쎄 나무팻말이 딱 붙어있는 겁니다. 고양이 밥 주는 걸 금지한다고요. 허락없이 야외에서 사육(?!)하는 건 규칙 위반이래요.

그러면서 그 이유로 드는 것이 발정기 때 고양이가 무리지어 우는 게 혐오감을 준다는 민원(그게 듣기 좋지 않다는 건 저도 예전 집 앞 음식물쓰레기통에 모여드는 고양이 떼를 겪어봐서 알아요), 쓰레기통을 파헤쳐서 위생상 좋지 않다는 민원 (여기까지도 이해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것이 저를 울컥하게 만들더이다. 밤늦게 길을 가다가 고양이가 갑자기 움직여서 놀란대요. 이유로 들기엔 너무 심하게 이기적이다 싶었서 마음이 참 안 좋았어요.

사람마다 다 입장이 다른 것 압니다. 저도 제가 싫어하는 비둘기한테 먹이주는 것 별로 반갑지 않아요. 혹시 그럴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길에 지나다니는 쥐나;;; **벌레에게 먹이를 준다면 더 싫겠지요. 하지맛 제 이중잣대는 정신적으로 교감이 되는 고양이가 쥐나 비둘기보다는 더 가깝게 느껴지는 걸요.

저희집에서 기르던 고양이를 화단에 내놓고 키우는 거라면 욕 먹어 싸지만, 이유는 어쨌든 그놈들은 거기에서 살게 됐고, 살아있는 생물에게 밥 주는 것조차 금지해야 하나 여전히 그런 생각이 듭니다.

모 동호회 게시판에 속풀이 겸 하소연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