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통과: 가족제도 변화 (미디어다음)
호주제 폐지에 대한 이모저모 (미디어다음)
오늘 국회에서 호주제 폐지를 내용으로 담은 민법개정안이 가결되어, 2008년 1년 1일자로 호주제가 폐지된다.
폐지되는 거다, 드디어!!!
참 길었구나 싶다.
여성단체에서 지금의 호주제를 폐지하자고 말하기 시작한 것은 30년이 훌쩍 넘었고, 1998년에 "호주제폐지를 위한 시민 모임" 이 생기고 나서도 7년이 되었으니 말이다. 비록 초창기에 회원으로 가입해서 회비 조금 내고 자료 조금 받아보기만 했던 날나리 회원이지만, 언제나 지켜보고 있었기에 그 벅찬 느낌은 함께 나눠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호주제 폐지'라는 말만 나오면, 유림을 시작으로 해서 마치 당장에 자기들더러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라고 하는 줄 알고 온갖 말도 안 되는 근거를 대며 반대해 왔던 대부분의 남자들. 이 사람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회, 더더구나 국회에서 호주제 폐지가 통과되는 것은 너무나도 먼 앞날의 일인 것처럼만 생각됐는데.
그네들의 말처럼 호주제가 없어진다고 해서 가족이 해체될 리도 없고 전통(은 무슨 얼어죽을!)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지만, 설사 백 보 양보해서 그 말이 다 맞다고 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가족'이고 '전통'이라면 그런 건 없어지는 편이 낫다고 참 많이도 얘기했다.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꾸준히 외쳤고, 시간은 흘렀고, 사회는 변해갔다. 하루하루 지내는 속에서는 이 나라는 도무지 예전과 하나 변한 것 없는 것처럼 보여서 나를 비롯한 수많은 여자들을 좌절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물밑에서는 물이 흐르고 흘러서 드디어 그 두터운 얼음장이 깨지는 오늘이 왔다.
안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분명히 큰 틀이야 여러가지로 바뀌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가부장제의 모든 문제점이 싸악 없어지고 평등 사회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일 리가 없으니까. 앞으로도 문제점은 많을 것이고 가야할 길은 멀겠지.
그래도 내 딸은 앞으로 '결혼'을 하지, '시집'을 가지는 않을 거고.
자기가 태어난 집에서든 배우자의 집에서든 '출가외인'이라는 그 빌어먹을 말을 듣지 않아도 될 테고.
본인이 원한다면 내 딸의 아이들은 아빠만이 아닌, 엄마의 성을 가질 수도 있는 거고.
수많은 재혼 가정 안에서 새아버지와 성이 달라서 혼란해 하던 아이들은 그 어려움을 어깨에서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고. (아이들이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무조건 새아버지 성을 따라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오래오래 기억해 두고 싶은 날이다.
정말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