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미니시리즈 <인간극장> '쉰둥이 육아일기' 편 (KBS 사이트)
"쉰살에도 아들 봐야하나" 때아닌 논란 (미디어 다음/동아일보)
그렇잖아도 월요일엔가 지나가다가 잠깐 방송을 봤다. 그날 아침 신문에 난 TV 프로 소개를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얼마나 한숨이 나던지.
기획의도가 "자식사랑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란다. 말이야 참 좋은 말이다. 그렇잖아도 요즘 출산율이 나날이 떨어져가니 저런 프로 만들고 싶게도 생겼다. 진짜로 그런 생각만으로 저 프로를 만들었다면 '참 생각도 없다' 고 욕해주고 싶고, 딴 속뜻이 있었다면 '제정신이냐' 고 욕해주고 싶어진다.
안 그래도 이 땅에서 안팎으로 '아들 압박' 에 시달리는 여자들을 그렇게 괴롭히고 싶은 거냐. 인간극장 게시판에 항의글이 쏟아지던데 그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봐라. 여기저기서 이 프로 때문에 시달릴 사람들, 한두 명이 아니겠지. 안 봐도 훤하다, 정말.
나이 쉰에 아이를 낳는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물론 그에 따른 여러가지 얘기하고픈 건 많지만, 여기서는 생략)
만약 똑같이 나이 쉰에 아이를 낳았어도 그동안 아이가 없었다든가 재혼을 해서 다시 낳았다든가, 아니면 아이가 생겼지만 나이 생각하지 않고 낳았다든가. 혹시 정말로 뒤늦게 다시 아이를 키워보고 싶어지는 사람도 있겠지. 그랬다면 기본적으로 개인적인 일이고 남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닌 일에 내가 왜 주제넘게 흥분을 하겠는가.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다 큰 딸들을 두고 나이 쉰에 '열심히 노력해서' 아들을 낳은 부부.
그 사람들을 욕하는 게 아니다.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압박을 받았을지, 우리나라에서 아들을 못/안 낳은 여자들. 특히 장남, 장손 며느리라는 고맙지 않은 타이틀을 단 사람들 중에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것을 꼭 방송에서 저렇게 내보내야 하는 건가? 누구더러 보라는 말인가.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의도가 불순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제발 한두 사람이 보는 것이 아닌 공공방송 프로그램을 만들면서는 생각이란 걸 좀 해라. 제.대.로 된 생각을.
그렇지 않아도 요즘 부는 늦둥이 붐 때문에 아직도 마음 접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식구부터 관계없는 떠중이들까지) 만약에 저 프로 얘기를 지나가면서라도 하면, 난 오늘이라도 방송국에 휘발유통 들고 쳐들어가고 싶어질 거다.
지긋지긋하다. 그놈의 아들 타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