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실습을 시작할 때는 전공(주: 전자계산교육)도 아닌 수학과로 배정되어서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더군다나 대학원 논문 심사를 앞두고 있어서 불안감이 더했던 것 같다.

4주가 지나고 실습 마지막 날인 지금은 처음과는 다른 불안감을 느낀다.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인내심을 요하는 것인지를 직접 몸으로 체험한 다음이기 때문에 내 자신의 능력에 대한 못미더움 때문이리라.

2주간의 수업 실습을 통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와 닿은 것은 말로만 들었던 학생들간의 수준차에 대한 것이다. 한 반에 덧셈 뺄셈을 어려워하는 아이부터 이차방정식을 능숙히 푸는 아이까지 섞여있다는 것이 교사를 너무 힘들게 한다. 현재 영.수는 능력별 반배치를 하여 수업을 진행하지만 보다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3~4단계로 세분화 하여야 중간 수준의 아이들의 학습 효율을 높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생활지도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새롭게 깨달은 기간이었다. 신세대도 아닌, 뭐라 말하기 힘든 요즘 아이들. 개성적인 듯 하나 유행에 휩쓸리는 아이들. 이들을 바르게 지도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 대한 한없는 인내와 애정이 필요할 것이지만 사실 너무나 어려운, 또 너무도 중요한 일이다. 그 일을 잘 해 낼 수 있는 능력이 과연 내게 있는지 모르겠다.

그 외에도 각종 행정적인 일들, 또 문서처리 업무들이 많은 것도 교사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 학교 내의 업무 또한 하루 빨리 전산화가 되면 교사들의 부담도 줄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지 않을까.

여러가지 면으로 교직의 힘든 면을 체험한 4주였지만, 그와 함께 교육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은 시간이었기에 1997년 5월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이다.


2007/07/12 옮김>
책 정리를 하다가 교생실습 일지가 나와서 맨 마지막 '실습 소감' 부분을 옮겨봤다. 10년 전 이야기인데 교육환경은 어쩌면 이렇게 하나도 안 변했을까 싶어서 한숨부터 난다.

2년 반이라는 시간과 내 퇴직금을 홀랑 쏟아부어 공부하고 받은 중등교사 자격증은 결국 시간강사 반 년의 경험 + "아무나 교사 하는 거 아니다" + 직접 안에서 들여다 본 학교/교사 체험의 씁쓸함만 남기고 끝나 버렸다. 대학원 생활 자체는 후회없지만 열심히 공부해 봤다는 뿌듯함으로 남기기에는 대가가 너무 커서 아쉬움과 후회도 많다.

diletant | 1997/05/31 23:00 | 혼자 끄적대기 - 생각 | 트랙백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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