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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봄날은 간다 |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 2001년작
유지태 (상우 역)
이영애 (은수 역)
요즘 몇 년 동안은 한 해에 한 번 정도 영화관엘 갔다.
환경이 바뀜에 따라서 취향도 바뀌어가서... 결혼 전 연애할 때는 심심하면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고, 결혼 후에는 나가기 귀찮아서 허구헌날 비디오를, 그러다가 딸내미 태어난 후로는 영화관 가는 게 연중행사가 되어버린 것.
사실 처음 한두 해만 그러했던 거고 그 다음부터는 꼭 가려고 맘 먹으면 굳이 시간을 못 낼 건 없었지만, 집에 있으면서 하루 종일 토막쳐진 시간에 익숙해 지다보니 두어시간을 집중해야 하는 영상물보다는 짬짬이 두세 쪽씩 펼쳐봐도 부담없는 책 쪽이 더 가까와졌다. (나중에는 그저 귀찮아서 안 간 것 뿐이었지만... ^^;)
아... 군소리는 이만 하고...
어제(...쓰는 동안 어느새 그제) 오후 일과 저녁 약속 사이에 세 시간 정도가 비게 되었다. 영화를 봐야겠다 맘먹고 어느 것을 볼까 고르다가, 결국은 2000원 할인의 유혹을 뿌리치고 뭔가 마음이 끌리는 [봄날은 간다]를 골랐다.
어떤 이야기인지는 대충 알고 갔고- 내 성격이 좀 이상한 건지, 영화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미리 줄거리 같은 걸 듣는 걸 아주 좋아한다. ^^;; - 가다보니 늦어서 첫머리 10분 정도는 놓치기도 했다.
봄날은 간다...는...
아름다운 배경과 귀를 뚫고 들어오는 소리들(빗소리, 바람소리, 개울물 흐르는 소리...).
그리고...
어떤 이는 통속적인 이야기라고 했다지만 내겐 참 싸아~하게 가슴을 찌르는 얘기였다. 보는 내내 몇 번이나 콧잔등이 시큰거리던...
갑작스럽게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으로 행복해 하고, 또 그 사랑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어느 날부터인가 빛바래 버리는 그런 사랑...과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얘기.
줄곧 상우의 눈으로 따라가는 영화이기에 상우의 마음은 굳이 애쓰지 않아도 너무나 잘 와 닿았지만, 극장 안의 여러 사람이 '저거 너무하잖아, 어떻게 저럴 수가 있어' 라던 은수의 마음에도, 비록 전부는 아니겠지만... 들어갈 수 있었다.
유.치.한 사랑과 구.질.구.질.한 일상을 과장하지 않고 그냥 그려낸, 사랑 때문에 한 번은 울어본 이들에게 들려주는 얘기.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던 그에게 이제 '영원불멸한 사랑' 같은 건 믿지 않게 된 내가 느끼는 감정은 연민...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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