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letant의 제.멋.대.로 쓰는 이야기

무엇이든간에 "성의 없이 마구잡이로 한" 것은 사람을 참 맥빠지게 만들지만, 이번에 SBS에서 더빙한 <두 개의 탑>은 정말이지 "마구잡이의 절정판"이라고밖에 못하겠다.

영화관에는 두어 달에 한 번 갈까말까하는 내가 너덧 번을 계속 볼 만큼 좋아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분노의 오라를 내뿜게 될 줄이야... -_-++

1편 <반지 원정대> 더빙판도 예전에 TV에서 봤지만, 둔하기 짝이 없는 나는 어제 영화를 보는 내내 어?? 목소리가 좀 이상한데? 왜 저렇게 사람들이 촐랑대면서(;;) 말하는 거지?? 하다가, 뒤늦게 게시판에서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고서야 그게 방송국이 달라지고 성우가 달라서였다는 걸 알았다. (1편 더빙 방송국은 KBS)

확실히 분위기도 다르고 뭔가 좀 이상했다. 감탄했던 건 골룸 정도일까... (원판보다 훨씬 와 닿았음!!) 전체적으로 너무 가벼웠다고 할까. 그렇게까지 코믹하게 할 필요가 없는 부분인데도 휘리릭 슬쩍슬쩍 넘어간다는 느낌.

목소리가 배역과 안 어울린다는 느낌이야 뒤늦게 한 자들의 숙명이니 (더빙1은 원판과 비교되고, 더빙2는 더빙1과 비교되는 법) 어쩔 수 없다 치고...

도대체 그 번역은 뭔가!!!
도저히 그냥 곱게 봐 줄 수가 없었다. 그거 번역한 사람은 명색이 돈 받고 번역하는 사람이면서 하기 전에 책도, 영화도 한 번도 안 본 건가. 무슨 용기(를 빙자한 만행)로 대사를 재.창.조.해 버린 건지...

1편 줄거리 요약에 나오는 자막에서부터 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우루카이.
우루카이...
우루카이......

대본 안 보고 받아쓰기 하는 것도 아닐 테고, 어째서 [우르크 하이]가 [우루카이]로 둔갑을 한단 말이더냐.
외국어니까 어디서 끊어읽어야 하는지 몰라서 실수할 수도 있다고?
아니, 이 경우에는 절대로 그럴 수 없다. 원문이 Uruk-hai니까. ^^+

영화가 시작되는데 도대체가 들어보지 못했던 단어들. 처음에는 그게 뭘 가르키는지 꿰어맞추지도 못했다.

지구??
반지에 지구가 나오던가?
SF영화도 아닌데 지금 왜 지구 운운 하는 거지?

헴스 골짜기?
그건 또 어디야?
나, 영화를 대여섯 번이나 보면서도 졸았던 부분이 있었나??? 어째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 나오는 거냐.
그러다가 지도를 훑으면서 지나가는 부분에서 눈에 튀어들어오는 [Helms].

크아악~~~
저게 영어냣!!! 누가 니멋대로 묵음 처리하라고 했어!!!
%^@##()_@%#()*&$@#$)(*!@$^&!!!!!

레골라스.
왜 또 당신만 꼬박꼬박 존댓말 쓰는 건데? 그것도 내내 '~요' 붙여서. 꼭 새파란 애송이가 두목 따라다니는 것 같잖아. 반지 원정대가 그런 분위기였나? 응?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줄 알았다가 돌아온 아라곤한테 아주 상큼하고 가벼~운 말투로 '좀 늦으셨네요'라니, 이게 어디 약속에 5분 늦은 거야? 눈빛(;;;)과 느낌이 안 맞잖아, 느낌이!!!

김리가 아라곤한테 성문으로 던져달라고 하면서 '레골라스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지, 언제 '소문내지 말라'고 했어!!! 거기서 왜 레골라스를 꼭 찝어서 말했는지도 몰랐단 말야!!! 드워프와 엘프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들어가 있는 대사를 그렇게 바꿔버리면, 그건 단순히 단어 하나 빼고 바꾸는 거랑은 틀린 문제라구!!!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어제부로 그렇지 않아도 미워하던 SBS. 뉴스와 축구 중계에 이어 아주 큰 한 판을 때려주는군요. 그 미움의 정도가 5000% 올라갔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