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 학교 홈페이지에 올해 학사일정이 올라왔길래 열어보니, 5월 석가탄신일 연휴에다가 연휴 전날 토요일은 휴업일이고 연휴 뒤 이틀이나 재량휴업일이어서 무려 닷새나 연이어 쉬는 거다!!!

그걸 본 순간 주저없이 '여행가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실은 그때 딱 출석수업이 잡혀 있는데 그걸 시험으로 바꾸면 닷새는 안 되도 사흘은 놀러갈 수 있겠다 싶어서, 혼자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딸내미를 불렀다.

어무이 " 딸~! 이리저리해서 5월에 닷새나 쉬는데 놀러가잣!!!!! >_< "
딸내미 " 응? 난 안 가. "
어무이 " 왜????!!!! "
딸내미 " 모처럼 그렇게 길게 쉬는데 애들하고 놀아야지. "
어무이 " ........... " OTL

야박한 놈.
아무리 얼르고 꼬셔도 안 간단다.
눈치를 보아하니 자기도 솔깃하지 않은 건 아닌데, 일단은 친구들하고 놀고 싶은 마음이 앞서고 이단은 한 번 안 간다고 했으니 안 가는 거지... 뭐 이런 눈치다.

요즘은 자기가 좋아서 나불나불 수다 떠는 거 빼고는 (이러다가 아무 이유없이 혼자 팩~!!!! -_-;;;) 뭐 거의 은총을 내리시듯(...) 쥐꼬리만큼 시간을 내서 엄마랑 어울려 주시는 상황이 됐다. 내 쪽에서 좀 어울리려면 아주 비굴하게 아부를 해야 되고.

애가 놀아줄 때 열심히 같이 놀라던 선배님들의 말씀이 요즘 아주 가슴에 사무친다. T_T


+
긴긴 방학이 훌쩍 지나고 어느덧 개학.

공부를 안 해도 지겹게지겹게 안 한 1학년을 지내고 보니 저도 조금은 찔렸는지, 방학하고 한 열흘 정도는 깨작깨작 책 좀 들여다 보는 척이라도 했는데...
한동안 병원 다닐 일이 있어서 환자인 냥 하다가 -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쓸 기회가 있으면 쓰도록 하고 - 또 내가 내 일(= 놀러갈 준비;;)에 바빠서 어떻게 지내는지도 신경 못 쓰는 사이에 이번 방학도 아주 푸지게 잘 놀며 지냈다.
당연히 해야할 거 하나도 못 하고.

작년에, 특히나 1학기 동안 나랑 사사건건 신경전 벌이던 건 좀 나아졌는데, 요즘은 작전을 바꿔서 느물느물 배째라 모드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는지 뭐든지 '알았어~' '할게~' 이러고 스슥 도망가고 마니, 에휴...;;;

새 담임선생님이 자기 좋아하는 과목인 미술 담당이셔서 첫날부터 흡족해 하며 들어온 건 반갑다만, 올해는 좀 그만 날라다니고 땅으로 내려와야 할 텐데 싶다.
(사흘 지난 오늘 현재, 아직 그 날이 오려면 멀고 먼 듯...)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교성 좋은 딸'에 어울리도록 '마음 좋은 엄마'가 되는 것 뿐일까?


※ 바로 윗 문장을 이해하기 위한 참고 자료(...)

82cook.com의 자유게시판에 '무명씨'라는 분이 쓴 수학 관련 시리즈 글 중 [별첨2].
읽으면서 우리집을 들여다 보고 쓴 줄 알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구구절절이 정말로 도움이 되는 글.
(의정아, 혹시 이거 보거든 한 번 읽어봐라. 넌 이미 다 아는 얘기겠지만. ^^)

객관적으로 봤을 때 우리집 딸내미가 '중간 이하의 머리'를 가졌다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영리한 편에 속한다고 보는데, 문제는 '수학을 잘 하기 위한 영리함'과 '전체적인 영리함'은 또 별개라는 것이지.

예전에는 다른 면에서 다 똘망한 녀석이 수학을 그리 뭉개는 건 열심히 안 해서, 귀찮다고 꾀를 부려서라고 생각했는데, 저 글을 읽기 전부터도 서서히 이건 아니지 싶었다. 글을 읽은 후에는 더 확신이 들었고.

물론 중등 과정의 수학은 어느 정도 노력을 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 노력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는 생각이 요즘 점점 짙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것이 '엄마의 딜레마'겠지만.

...그런데 수학 외의 과목까지, 그것도 뭉태기로 죽 쑤는 건 도대체 뭔데?
   니 적성은 노는 거냐... T_T

diletant | 2008/03/05 22:20 | 딸내미 이야기 | 트랙백 | 댓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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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2008/03/08 00:10 x ㅎㅎㅎ 우리는 쫌 높다싶은 목표설정해둔 것 때매 "지지고볶기"수준의 그 질풍노도의시기 아이들의 전형적인 모습에선 쬐금 벗어나서, 엄마와 딸이 어느정도는 의견일치도 해나가면서 어쨋든 올 입시를 잘 치러보자고 여러번 다짐을 하며 지낸다... 그 사이트 나도 함 봐야겠다. 별다른 애씀 없이도 수리에 강하고 '수학'잘하던 엄마와 대조적으로 수리에 약하고 '수학'을 무진장 싫어하는 딸내미.. 우리집의 영원한 미스테리다. ㅋ 2학년 미술쌤이면 김구영선생님? 우리딸내미 작년 담임쌤.. 선생님 약간 엄격하시지만 무지 좋으시다. 더구나 같은 미술할 거면 많이 도움될거야. 차현이에겐 "서울예고영재교육원"을 강추.. 입시와 전혀 관련없이 다양한 미술교육을 시켜줘서 무지 좋았어. 5월초에 지원하고 셤봐서 들어가는데, 꼭 지원해봐라~ diletant 2008/03/08 00:28 x 의정/ 김구영 선생님은 아니시고 올해 새로 오신 여자 선생님이라더라. 차현이는 선생님 좋다고 그러네. 시험을 봐 볼 생각은 있는데 너도 알다시피 내가 뚜벅이족이잖냐. 그래서 서울예고 그쪽 동네는 만~약 된다고 해도 다니기 힘들 것 같아서 그냥 우리 구에 있는 곳으로 해서 지원해 볼까 하는데, 차이가 많이 날까 모르겠네. 희윤 2008/03/08 10:28 x 나도 조카가 불러줄 때가 곧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콘서트 같이 갔지 ^^ 그런데 차현이 은근히 고지식하다니깐. 콘서트 응원 계획표인지 뭔지 팬클럽에서 올린 공지 글을 프린트 해서 들고 갔는데, 콘서트 내내 그걸 확인하면서 똑같이 응원하는 것 있지. 그래서 내가 힘들게 왔는데 수퍼주니어 얼굴 한번이라도 더 보라고 했더니 자기는 응원 똑같이 해야된데. ㅋㅋ diletant 2008/03/08 15:11 x 차현/ 집에 보니까 그 응원하는 내용 프린트 잘못한 거 굴러다녀서 읽었다가 웃겨서 죽는 줄 알았어. ^^;;; '엘프'로서의 사명감에 죽고 사는 요즘이니까 뭐. 의정 2008/03/08 15:40 x 그러게..학교사이트 담임목록에 포함안되셔서, 아 아니구나했다.... 예고영재교육원에는 일단되기만하면 프로그램이 너무좋아.. 애들다버스타고 다닌단다. 난 이따금 태워주긴했다만... 토요일오후라 차로가면 더걸리기도...실기두번 셤보는데, 1차 셤 주제가 "이상함"이었어. 목탄주고 4시간동안 자기맘대로 그려...뭐 대충 그런식이야. 창의성, 상상력 등이 관건인 셤. 예고입시와 관계없고, 가산점같은 것도 없고 프로그램 탄탄.. 미술에 뜻있는 애들이면 대개는 지원해본다. 한학교5명지원 제한. 합격은2명만시켜준다. 좀 쎈 편이야... 지역에서 하는 건 아마도 강사진이나 내용이 그닥 실하진 않을듯싶다... 위에 알려준 사이트 그 글을 읽으니, 정말 딱 우리딸얘기.. 성격너무좋고, 과목쌤들마다 이뻐해주시고, 공부는 그저 유지하기 위함이고. 방학은 친구 못만나 괴롭고.. 우리딸같이 개학날 꼽아 기다리는 애도 드물거야ㅋㅋ 차현이도 그러니? ㅎㅎ diletant 2008/03/08 16:03 x 의정/ 말해서 더 뭣 하겠냐...;;; 의정 2008/03/08 16:12 x 너의 홈피에 너무 많은 글로 도배를.. 미안타~ 알려준 사이트 글 읽고 긁어다 프린트까지 했다.. 친구유형 중 세번째가 우리딸들 얘기 아니겠니? ㅋㅋ 만족해야지..^^ 참 영재교육원은 3월말~4월초 공고나고, 4월중에 셤 두번 보더라..5월이 시작이고. 참고... diletant 2008/03/08 22:01 x 의정/ 찾아주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 글 많이 써 주면 오히려 내가 고맙지. 알려준 거 잘 기억해 둘게. ^^ 이름 ::   비밀번호 ::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