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1점에 일희일비하는 세태여서 정확도를 기하자는 건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은 중고등학교 시험 때 학부모들이 시험감독 보조를 하러 가는 학교가 많다. 물론 예전 초등학교 급식당번처럼 무조건 할당(?!)이 내려오는 건 아니고, 미리 지원을 받아서 원하는 학부모만 하는 것.

얘기를 들어보니 힘들고 그런 반면에 별로 티(?)가 안 나는 일이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네. 하지만 나처럼 교내 학부모 단체 같은 것에 가입할 생각은 전혀 없고 그냥 슬그머니; 도울 수 있는 일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괜찮은 항목.

기말고사 일정이 예정보다 하루 늦춰져서 시험감독일도 내일인 줄 알았다가 어제 차현이가 들고 온 통신문 보고 화들짝 놀라 날짜 맞춰 갔다.

다녀온 느낌을 간단하게 써 보면...

1. 이쪽 학교들 학생수 많다 많다 했는데, 교실 안에서 보니 정말 숨통이 팍팍 막힌다. 마흔다섯 명을 시험 대형으로 배치해 놓으니 그야말로 교실 앞벽에 딱, 뒷벽에 딱 붙어서 다닐 길도 없네. 외국처럼 스무 명 수준은 그야말로 꿈 같은 얘기고, 평균 수준인 서른다섯 명은 학교를 더 세워서라도 되게 해 줘야 하지 않나. 몇 년 후에는 학생수가 줄어들기 시작한다고 그냥 뒷짐지고 봐야 하나? 갑갑...

2. 20년 전이나 다름없이 살풍경한 학교 건물. 예전보다 훨씬 더 지저분한 느낌이 드는 교실 내부(강압적으로 청소 시키는 게 줄어서 그런가...;;;) 이런 데 들어가 있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를 하는 아이가 신기한 거지 싶은 내가 이상한 건가...

게다가 책걸상은 왜 그리 짝짝이인지. 분명히 처음 새 책걸상이 들어올 때는 높이가 맞는 한 쌍이 들어올 텐데, 높은 책상에 낮은 의자 때문에 힘겹게 책상에 턱 받치고 있는 애가 있는가 하면, 의자만 덜렁 높아서 거의 엎어져서 문제 푸는 아이가 딱해 보였다. 어떻게 자기 체격에 맞는 책걸상을 쓰도록 하는 방법이 없을까?

아이들이, 그리고 교사가 하루종일 생활하는 학교가 좀더 따스하고 친밀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학교 건물에 들어가 볼 때마다 든다.

3. 시험 때여서(아니 왜!) 에어컨은 안 튼다 하고, 시험지 날려서 천장 선풍기도 도중에 끄더라. 덥고 눅눅하고 탁한 공기 때문인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이들도 연상 짜증나는 표정이고.

근데 얘들아.
그러면 창문 먼저 열고 교실문도 좀 열고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드니? 선생님이 열어주면 열어주나보다, 닫혀있으면 닫혀있나보다 하는 그 무심함이라니... ㅠ_ㅠ
나 같으면 그 뒷목덜미에 치렁치렁 엉겨붙은 머리도 시험시간 내내 쓸어올리느니 차라리 좀 묶겠다만...;;

4. 2교시 수학 시간.
객관식만 있을 때면 찍기라도 하련만 100점 만점에 40점은 서술형이니 어쨌든 죽어라 풀어야 하는 그 시간에 시험지 받자마자 자포자기하는 표정으로 답안지에 이름 쓰더니 엎어놓고 딴짓하는 아이들 몇 명. 그 모습을 보니 아이고 우리 딸이 저러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서 심란착잡우울초조하더구만. -_-a

5. 아이들의 그 산만함, 부잡함은 어째 초등학교 때보다 더 상승 추세인지 원.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소리 버럭 질러서 분위기(?) 잡는 교사를 보면 마음이 꿀꿀하다가도, 또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 얼마나 힘들까 싶기도 하고. 하여간 학교에 다녀오면 머리 속이 더 어수선해 진다니까.

6. 다음부터는 꼭!!! 운동화 신고 가야겠다.
그렇잖아도 중력의 영향을 엄청 받는 이 몸무게로 세 시간을 연짝 서 있었더니 어찌나 힘들던지. 덕분에 집에 와서 오후 내내 기절했음.

diletant | 2007/07/03 23:07 | 딸내미 이야기 | 트랙백 | 댓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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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키 2007/07/04 12:03 x 학부모가 시험감독도 해요? 우와... 신기하네요^^;; 나름 힘드셨을 듯.. 45명이라니 학생 많네요. 요즘 애들없다없다 그러더니 그 학교는 학생이 많군요. diletant 2007/07/04 15:00 x 스니키님/ 신기하죠? ^^ 저도 주위분들에게 미리 얘기 듣지 않았으면 굉장히 놀라워했을 거예요. 몇몇 동네(=학원가가 발달된 동네;;;)에만 아이들이 몰려서 학교가 미어터진답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쪽 동네가 아이들 학원 보내기 좋은 동네로 소문났지만, 저희집처럼 학원가 이용을 안 하는 사람들에겐 학교에 아이들이 미어터져서 괴로운 동네일 뿐이죠... 서울도 다른 곳은 보통 35명, 적은 곳은 30명 정도도 있었데 그 정도만 되어도 얼마나 숨통 트일까 싶어요. 의정 2007/07/05 00:30 x 나두 오늘 다녀왔는데.. 2학년은 48명이더라..;;; 나두 별 티안나지만 학교와 애들을 돌아보고 올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지원해서 작년부터 시감이란걸 했는데 작년에 나두 딱 네가 느낀 것 만큼 기절하구 왔다~ 총 다섯줄이 앞뒤벽에 딱 붙어 앉아있으니, 애들 사이사이를 왔다갔다 할 수가 없고 다행히 의자를 놓아준 교실은 앉을 수 있었으나, 1교시는 나도 벌섰더..ㅋ 셤보면 잘하는 놈 못하는 놈 확연히 구분되더라.. 암튼 나두 이렇게 시달리며 치열함을 견디는 애들이 가엾은 생각이 들더라~ 비록 오늘 영어셤 망치고 나의 얼굴에 먹칠했다고 딸한테 광분했었지만.. 암튼 셤이 필요이상 어려운 건 사실이니~ diletant 2007/07/05 00:51 x 의정/ 요즘 세상에 48명이 뭐냐...;;; 우리집 딸내미는 아예 영수는 처음부터 제껴놓고 나머지 과목만 중간고사보다 쬐~~끔 공부하는 흉내 내더라. 저 웬수뎅이... -_-;;; 약토끼 2007/07/05 21:41 x 학교 시설은 좋아졌단말 다 뻥인가 봅니다; 저 다닐때도 책걸상 짝짝이었는데, 지금도 짝짝이라니; 근데 시험이라고 에어컨을 끈다는건 이해가 안되는군요;;;;;;;;; 게다가 학생수도 저 다닐때랑 똑같;; 우째 된 일인지;;;;;; diletant 2007/07/06 08:53 x 약토끼님/ 예전이랑 다른 건 의자가 듀오백(;)이라는 것뿐이더군요. 물론 에어컨이 있다는 것도 고리짝적에 학교 다닌 저로서는 놀랍지만요... ^^;; 어쨌든 다른 곳과 비교해 봤을 때 학교 환경이 뒤떨어진 건 확실하지요. 학교 건물 볼 때마다 참 돈 안 들이고 지었겠다 싶다니까요. 이쪽 동네가 학생수가 좀(아니 엄청;) 많답니다. 동네에 학원이 많다보니 여기에서 학교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워낙 많은지라... 서울 시내 다른 동네는 보통 35명 정도 된다고 하더군요. 이름 ::   비밀번호 ::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