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내미가 어렸을 때는 한 해가 시작할 때마다 올리곤 했는데,
... 그 게시판이 없어진지 오래 되었으니 '오랫만에' 이라고 하기에도 쑥스럽지만
... 어쨌든 써 본다.
2005년 1월 2일 현재 우리집 딸내미 현황 보고.
세는 나이로는 이제 열두 살.
이 세상에서 숨쉰 지는 10년하고도 한 달 석 주.
키는 이제 뒤에서 머리 묶어주려면 조금 불편한 143센티.
몸무게는 웬만한 날씬한 아가씨들 무게인 4#킬로. ^^;;;
몸만 커진 게 아니라 반항하기, 개기기, 뺀질대기 등도 하루가 다르게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늘어가고 있음. 남의 딸내미를 맡고 있는 거라고 자기 세뇌 중.
영어 학습지 하나 하는 것 외에는 지금까지 계속 하던 학교 특기적성도 이번에는 캠프 일정이랑 겹친 관계로 신청을 안 해서 학원도, 과외도 전혀 없는 프리~한 나날을 보내고 있음.
좋아하는 과목은 국어(라면서 공부 하나도 안 하다가 이번 시험 개겼음;)랑 미술.
싫어하는 과목은 벌써부터(;;;) 수학.
취미는 뭔가 뽀시락뽀시락 만들기.
종이접기부터 시작해서 종이 오려서 온갖 것 만들기.
빈 상자 모아다가 인형집 만들기.
헝겊 쪼가리 꿰메서 인형 가방 만들기 등등...
요즘은 구슬꿰기(;;)에 심취.
그 외에 아무데나 배깔고 엎드려서 책 읽기. (그 어무이랑 똑같아서 탓할 수도 없음;)
인형들 성격창조. (우리집 모든 인형들에게는 이름과 성격이 있음)
특기는 종이접기.
그리고 아침에 눈 떠서 밤에 자기 직전까지 쉬지 않고 말하기.
논스톱에 푹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한예슬 사진 덕지덕지 붙여놨음.
아직까지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은 없음.
슬슬 가요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듯.
오늘 아침에는 아빠한테 희망곡 목록을 넘겨주고 처음으로 자기 CD 하나 구워서 희희낙락.
목록을 쓱 들여다보니 논뺀부터 시작해서 장나라, 보아, 한예슬, 코요테를 거쳐서 어머나에다 마법의 성에 춤추는 대수사선 주제곡까지... 도대체 이 짬뽕 속에 취향은 존재하는가 궁금함.
작년 한 해 내내 단짝 친구랑 죽고 못사는 사이로 지냄.
아침에 만나서 학교 같이 가고 (3분 거리가 15분도 넘게 걸린단다...;;) 집에 같이 오고, 한 주에 두어 번은 한쪽 집에 가서 놀고 컴퓨터로 쪽지 보내고 (요즘은 시들) 걸어서 2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사는 놈들이 그냥 편지 주고받는 걸로도 모자라서 서로 우표 붙여서 편지 보내는 거 재미들리는 바람에 우편 배달 하시는 분들께 왕민폐를 끼치고 있다.
(...실은 예전에 다 했던 짓이라 차마 뭐라고는 못한다...)
2년 넘게 푹 빠져있는 것은 '개'.
집에서 개를 키우는 게 소원이지만, 개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어무이를 못 만난 덕분에 이론만 빠삭하게 섭렵했다. 온갖 개 관련 책을 사고 이름 줄줄 다 외우고 기르는 법만은 직접 키우는 사람보다 더 잘 안다.
그런고로 2년째 변함없는 장래 희망은 트리머(가 뭔지 척 듣고 아신 분~~~).
우리말로는 애견 미용사. ^^;;
자기 말로는 수의사가 되고 싶지만 피가 무서워서 불가능하단다.
돈 많이 벌어서 마당 넓은 집 사서 개판을 만들고 사는 게 소원 중 소원이라고.
점점 커갈수록 나랑 닮아가는 것 같으면서도 또 전혀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해서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 딸내미와 2005년 한 해도 아마 정신없이 보내게 될 듯.
내게 필요한 것은 듣고 또 들을 귀와 내뱉고픈 말은 반의 반만 할 수 있는 인내심.
그리고 첫마음 잊지 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