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나이 불문하고 너나 할 것 없이 핸드폰 가지고 다니는 세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딸내미 초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핸드폰을 사 주게 될 줄은 정말이지 석 달 전만 해도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러게 자식 키우는 사람은 남 얘기 함부로 하는 것 아니라더니...)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 끝나고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돌아다니는 녀석도 아니라 핸드폰 없어도 아무 문제 없으니 한 중학교 2학년이나 되면 사 줄까 했던 건 이 순진한(다른 말로는 무식한 내지는 물정 모르는...이라고들 하더라;;;) 엄마 생각이었나 보다. 6학년 올라가고 나니 핸드폰 가진 아이들이 쑥쑥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그냥 '주위 아이들'이 핸드폰 가진 건 그나마 나았다. 딸내미랑 단짝으로 붙어다니던 친구가 한 달쯤 전에 핸드폰을 딱 사 버리고 나니, 이게 남의 일이 아니게 된 거란 말이지.

요즘 애들은 도대체 입 뒀다 뭐에 쓰려는지 잘 모르겠지만, 옆에서 보기에는 그냥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일을 문자 열 통은 주고 받으려 드니 핸드폰 없는 딸내미는 밤마다 내 핸드폰을 들고 '문자질'(-_-+++)을 하기 시작했고, 딸내미 친구들은 얼씨구나 하고 아무 때나 내 핸드폰에 문자를 날리는데 거참...;;; 게다가 밤 열 시면 자는 우리집 딸내미와 달리 다른 아이들은 열 시, 열한 시도 한참 활동할 시간이라 밤 늦게 문자가 삑~ 날아오면 내가 대신 답문('얘야, **이는 벌~~써 잔다 ^^+')을 보내주고 싶은 생각을 억누르느라 힘들었다.

남편은 진작부터 그냥 핸드폰 사 주라는 쪽이었고 주위 사람들과 얘기해 본 결과, 핸드폰에 대해서는 결국 내가 조금만 양보해서 사는 시기를 당기기로 했다.
그리고 여름방학이랑 추석 때 집안 어른들이 주신 돈 모아놓았던 거에 자기 아빠가 500원짜리 먹여서 잘 키워놓은 돼지 한 마리를 기증받아서, 중간고사 끝난 오늘, 핸드폰을 사러 나섰다. 그동안 어떤 핸드폰을 살까 하고 날이면 날마다 인터넷에 붙어 앉아 온갖 뵈기 싫은 꼴을 다 연출했던 건 두말 할 나위도 없고. 도대체 그노무 지식in 없었으면 숙제부터 시작해서 일상 생활에서 이런저런 결정은 어떻게 했을까 몰라.

동네에선 인터넷에서 알아본 가격보다 너무나 차이나게 비싸서 결국 영등포까지 다녀왔다. 동네보다는 한 10만 원 싼 것 같긴 한데, 내가 워낙 뭘 잘 따져보고 사는 일에 둔해서 어떤지는 잘 모르겠고. 나 같으면 엄마가 그동안 반대하던 핸드폰 사라고 했으면, 그리고 자기 돈도 나간다고 하면 그냥 싼 거 적당히 사겠구만 싶은데(...여기서 벌써 딸내미 이해하기에는 멀고도 먼 엄마의 고난이 시작되는 것이다;;;) 눈은 높고 겉멋에 죽고 사는 것이 요즘 저 딸내미의 작태라서 결국은 엄마 것보다 더 좋은 핸드폰을 사서 희희낙락하며(물론 딸내미만) 돌아왔다. 그나마 오늘부턴 내 핸드폰이 해방된 것이라도 기뻐해야 하나.

핸드폰은 사실 빙산의 일각이고, 요즘 딸내미 때문에 속 벅벅 타 들어가는 얘길 하자면 3박4일 밤새워도 모자랄 듯.
아이가 여럿이면 그 배수만큼 속이 썩을까, 아니면 관심이 분산되어서 차라리 나을까. 나야 하나밖에 안 키워봐서 잘 모르겠지만, 요즘 같아서는 자식이 둘이면 내가 먼저 도 닦으러 산 속으로 가출했을 것 같다. 더 무서운 건 주위 얘기로는 이게 '시작'이란다, 시작......

diletant | 2006/10/13 21:31 | 딸내미 이야기 | 트랙백 | 댓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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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na 2006/10/16 11:09 x 중1인 둘째가 많이 참는거군요...(언니가 중2에 샀으니..꼼짝없이..^^) 그럼요, 시작이죠~(겁주는것임^^) 여럿이면 '분산'도 되고, '적응'도 되고 '포기'도 되니까..그런거지요~ 안그러면, 아이 많은 엄마는 죽게요~?? ^^ istary 2006/10/16 11:33 x 셋 넘어가면 그 때부터는 오히려 지들끼리 알아서 커서 편하다고 하시던데,둘까지는 되게 힘들대요.(마치 키워본 양; ) dsna 2006/10/16 12:52 x 앗~ 저는 셋인데, 편해질까요~? ^^ 허긴, 큰 아이가 자기 동생들 한테 뭐라고 참견도 하고, 조언(?)도 하던데...사춘기의 절정을 향해가는 중1 둘째도 티격태격 언니하고 싸우면서도 뭔가, 엄마하고는 다른 교감(?)같은게 있는 것 같기도 하고..초1인 막둥이는 두 누나가 키워(?) 주겠네요~!! ^^ 의정 2006/10/16 14:59 x 핸폰.. 내가 1년넘게 고민하던 주제인데, 막상 사주고 보니, 그건 우리가 생각하는 핸폰이 아니더구나. 전화가 아니라 장난감 내지는 대화수단, 사교의 매개체인듯... 더 나아가 스트레스 해소 도구~ 중1 시험결과로 폰을 걸었다가, 자기반에서 유일하게 폰 없는 애라고, 또 아쉬울 때 폰 빌려쓰려면 눈치보이고, 급할 때 공중전화찾기도 어렵다는 여러가지 구실들을 듣고도 거부하기가 무지무지 고난도 인내심을 요하더라구.. 암튼 추석선물로 받은 폰은 없어선 안될 삶의 일부가 된 듯 싶다. 이런 게 세대차이지... 그 폰의 문자 하나 구경하기도 힘들다.. 수시로 비밀번호를 바꾸더라구~ 무릎앞의 자식, 그게 딱 맞는 표현. 이젠 그냥 날개달고 날아가게 옆에서 봐주기만 하면 되는갑당~ 의정 2006/10/16 15:02 x 가윤아, 우리 모임이 10월 중순이던가 아님 지났던가? 이 자꾸만 뒤떨어져가는 메모리를 어떻게 복구할지...ㅠ 연말모임이나 한번 계획해야할까부다. 희윤 2006/10/16 22:04 x 심심찮게 내 싸이를 들락거리시더니(하루에 한 10번은 들어오는 듯 -_-;;;) 이제 핸드폰 샀다고 핸드폰으로 수시로 나와 컨택 중이심, 언니 딸내미이자 내 조카님 ^^... diletant 2006/10/16 23:37 x (...댓글의 물결에 깜짝 놀랐습니다요. ^^;;;) dsna님/ 그 댁 따님들은 정말 칭찬해 주셔야 해요!!! 요즘 애들이 어디 언니가 늦게 샀다고 그거 기다리던가요. T^T 만날 첫째 흉도 보시지만 제 할 일 알아서 잘 하는, 제가 무척 부러워하는 타입의 딸내미인데요. 물론 엄마와 남의 눈에 비치는 모습은 많이많이많이 다르다는 걸 경험상 알고는 있지만요... ^^;; 그나저나 이제 '시작' 맞군요. 날마다 주문을 외고 있답니다. "딸내미 탓 말고 나부터 잘하자." 근데 그게 왜 딸내미 얼굴을 딱 보면 머릿 속에서 다 날아가는지 모르겠단 말입니다... istary님/ 나중에 키워보고 알려주세요. 흐흐... ^___^ 의정/ 우리집 딸내미도 전화기 사자마자 집에 와서 첫번째로 한 일이 비밀번호 걸어놓기였지. (치사한 것~!!! 지는 내꺼 다 탈탈 뒤져보면서... -_-++) 주말 내내 옆에서 핸드폰 주물럭거리며 삐빅대는데 정말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아니, 지 방에서 하지, 그걸 왜 꼭 내 옆에서 하냐구. 요즘 가만 보면 내 인내심 테스트를 일부러 하는 것 같아. 그리고 모임. 나도 며칠 전에 '가을 되면 만나기로 하지 않았던가...' 생각이 나더라구. 왜 이리 시간이 빨리 가는지. 아마 다들 똑같아서 재촉하는 사람도 없었을 듯. ^^;;; 12월 되면 바쁜 사람들도 많을 테니까 다음 달쯤 보면 괜찮지 않을까? 희윤/ 여러가지로 이모한테 민폐를 끼치는 조카여서 미안하이... T_T 이름 ::   비밀번호 ::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