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의 대화 한 토막.


딸내미 "엄마 엄마~ 은정이가 교무실에 갔다가 국어 선생님 채점하시는 거 봤는데
           요번에 스페셜 데이(*빼빼로 데이 같은 날을 말함) 글 써서 낸 거 나 만점이래. "

어무이 "오~ 잘 했네~~" (머리 쓱쓱해 주며 속으로 '어쩐 일?')

딸내미 "근데 있지, 말하기는 저번에 자기소개 안 해서 3점(=기본점수) 받았다?"

어무이 "......-_-;;; 왜 안 했는데?"

딸내미 "귀찮아서."

어무이 "$%^(*&@#!!! 아니 다들 점수 받는데 발표를 안 해서 너만 안 받으면 어떡하냐??!!!"

딸내미 "다 발표한 거 아닌데?"

어무이 "그럼 몇 명이나 했는데?"

딸내미 "한 열 명 정도 안 했지."

어무이 "................................"

딸내미 "괜찮아 괜찮아, 발표하고 3점 받은 애도 있는데 뭐."

어무이 "걔는 왜 또?"

딸내미 "말로 못하겠다고 보고 읽었거든."

어무이 (꼭 비교를 거기다가 해야겠니!!!!!)


......제가 속이 터지겠습니까, 안 터지겠습니까. ㅠ_ㅠ

이놈이 말이죠, 손 들고 발표하면 죽는 줄 아는 놈입니다.
초등학교 6년 동안 선생님이 시켜서 한 것 말고
자기가 손 들어서 발표한 적 한 번도 없다고 자기 입으로 그러더군요.

왜 저학년 때는 공개 수업에 엄마가 가면
평소에는 잘 안 하던 애들도 분위기에 손 한 번은 들잖아요.
저는 그거 한 번을 못 봤어요.

요번에 중학교 공개수업도 다녀왔는데 국어 토론 수업이었죠.
마흔여섯 명 중에서 한 마흔 명 정도 발표하던데
그 여섯 명에 낀 놈이 저놈입니다.

그렇다고 평소에 말수가 적거나 내성적이거나 하면 제가 말을 안 해요.
아침에 눈 떠서 밤에 잘 때까지 종일 나불나불하는 녀석이고요.
어렸을 때는 내성적이었는지 몰라도
요즘은 느물대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답니다.
저는 동네 상가 다니면 인사만 하고 다니는데
얘는 가게마다 주인 아줌마들하고 수다 떨면서 다니거든요.

남 앞에서 확실하지 않은 것 발표해서 창피당하는 걸 엄청 싫어하는 제 성격을 닮았는데
그렇게 얘기하는 것도 싫어서 '귀찮다'(아마 반쯤은 이것도 본심일테지만)는 걸로
면피하고 사는 이 딸내미를 어쩌면 좋을까요.

제가 안달복달한다고 어떻게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속 터지는 건 속 터지는 거죠...
그쵸? ㅠ_ㅠ

diletant | 2007/03/28 00:55 | 딸내미 이야기 | 트랙백 | 댓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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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키 2007/03/28 14:04 x 음. 왜 발표를 안 할까요? ... 소극적인 성격도 아닌 거 같은데. 특이해요. ..웅변쪽을 시켜보심은?;;;;;; 또니네 2007/03/29 01:02 x ㅋㅋ 그래도 난 왜 차현이가 귀엽기만 하지요? 속 터진다는 가윤님도 느무 귀여워~~~ diletant 2007/03/29 01:18 x 스니키님/ 글쎄말입니다. 제 딸이어도 어쨌든 특이하다니까요. 또니네님/ 원래 남의 집 쌈판(?!)은 여유있게 바라볼 수 있는 법이지요... ㅠ_ㅠ 의정 2007/03/29 15:24 x 전쟁은 시작되었다..ㅋㅋㅋ 차현이는 나름 의견이 있으니, 자기가 자발적으로 하는 날이 올거야. 이 동네에서 수행평가 1-2점갖고도 애나 엄마나 무지 민감한 거 알지... 나도 그래서 맨날 전쟁한다. 받을 수 있는 점수마저 제발 깎아먹지만 말아라라고...ㅎㅎ 1학년때 기를 잡으려고 맨날 옥신각신하며 살았는데, 그냥 두니 차라리 관계도 낫고, 맘도 편해지고... 스스로 쬐금씩 하려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1년을 지지고 볶고 나니...;;; diletant 2007/03/30 23:26 x 의정/ 자발적으로 하는 날이... 와야 할 텐데. ㅠ_ㅠ 숙현 2007/04/03 20:33 x 차현이가 드디어 중학생이니?? 수행평가 갖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마 1년 지나니 내가 초월해야 산다는 걸 느끼게 되더라 아예 신경안쓰니 드디어 한마디 한다. 엄마 나한테 신경좀 써봐... 내가 그러지 니가 알아서 해 ㅋㅋㅋ diletant 2007/04/03 21:22 x 숙현/ 너 진짜 오랜만이다!!! 요즘은 몸 좀 괜찮남? 내가 수행평가 신경 안 쓰니까 이러고 있지, 만약 그거 가지고 일희일비하는 엄마면 저놈 잡아서 벌써 학원 순례 시켰다 야... -_-;;; 난 단지 저 "귀찮아서"라는 이유에 너무 기가 막혔을 따름이라구. 하는만큼 하고 점수 안 나오면 누가 뭐래냐구. 이름 ::   비밀번호 ::   홈페이지 ::